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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 김길웅 시인346

얼굴 없는 비대면사회 얼굴 없는 비대면사회 김길웅. 칼럼니스트 시대의 소용돌이 속으로 변화의 물결이 밀려온다. 급류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같이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하고 있다. 목전의 일이라 놀랍다. 코로나19로 와 있는 얼굴 없는 사회. 사람이 서로 눈 맞추고 부대끼며 살아야 인간사회인데, ‘비대면 사회’라니 말부터 꺼칠하고 낯설다. 코로나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지형을 확 바꿔놓는다. 사실 그대로 말해, 인간의 삶의 기반을 밑동에서 뒤흔들어 놓고 있다 해야 맞다. 숨이 꺼져 가는 생명 앞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대책 없이 주억거리고 있는 꼴이라니. 과학이 맥없이 주저앉아 신음하고, 철학은 형이상학이라 원체 질병은 제 소관 밖이라 우긴다. 극한상황에 내몰렸으니 궁리에 궁리를 거듭할 .. 2020. 8. 1.
무지막지(無知莫知)하게 무지막지(無知莫知)하게 김길웅. 칼럼니스트 청테이프로 다리 꽁꽁 묶인 고양이가 쓰레기 속에서 발견됐다. 생후 3개월쯤 된 새끼 고양이, 앞·뒷다리가 청테이프로 둘둘 감긴 채 낑낑거리고 있었다는 것. 지나던 동물보건사가 신음을 듣고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단다. 테이프가 강력해 다리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한다. 그냥 지나쳤으면 아주 잘못 될 뻔했잖은가.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화한 포식자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은 없지만, 장비를 동원해 동물들을 지배한다. 또 습관적으로 필요 이상 살상한다. 동물의 숫자가 줄어들어 심하면 멸종되는 수도 있다. 특정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하면 사냥을 일삼다 변덕스레 호들갑을 떤다. “살려내야 한다.” 시치미 딱 떼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복원사업을 펼친다. 두 개의 전혀 .. 2020. 7. 28.
미장원과 방명록 미장원과 방명록 김길웅. 칼럼니스트 코로나19로 뒤숭숭한데도 한쪽에선 트롯으로 신바람 났다. 불안을 덮고 시름 잊는 묘방이 되고 있을지 모른다. 약발이 특히 중·장년층에 미쳐 넋을 놓을 지경이다. 그 중심에, ‘아침마당’ 5연승과 왕중왕전을 섭렵한 임영웅이 우뚝 섰다. 그의 인기는 연령층, 도농, 동서의 경계를 넘어 난리다. 난리, 난리 해도 이런 생난리가 없다. 놀랍다. 타고난 그의 무겁고 낮은 중저음이 팬을 사로잡는다. 같은 노래도 그가 부르면 달라진다. 미풍에 내린 달빛이 스미듯 잠자는 음감을 깨워 심금을 울리고야 만다. 음치인 나 같은 사람도 듣고 있노라면 몸이 운율을 탄다. 그에게 끌리는 건 비단 노래뿐이 아니다. 언제 봐도 열일곱 소년같이 앳된 얼굴, 입가엔 순정해 풋풋한 웃음이다. 아무리 뒤.. 2020. 7. 17.
저 소나무 저 소나무 김길웅. 칼럼니스트 출구도 퇴로도 없다. 애초 선택되지 않았다. 선 자리에 버텨 있을 뿐 지(地)의 이(利)도 있을 턱이 없다. 앞뒤 꽉 막힌 형국이다. 바람도 지레 저를 위한 마련이 없는 걸 앎인지 지나다 들르되 오래 머물지 않는다. 소음 탓에 새의 내왕도 뜸한 자락. 신제주 연동으로 이사와 이곳 사정에 어둡고 낯선 공기가 서먹해 산책에 나섰다. 대기업이 호텔 같은 집을 짓는다고 한창 판을 벌인 길모퉁이를 돌아 나온다. 기업은 멀리 이 섬에까지 야금야금 저들의 억센 손길을 뻗치는가. 순박한 섬사람들은 큰손이 틈입해 벌인 현장에서 날품팔이로 간신히 하루를 걷어낸다. 자재를 들어 올리다 공중에 우뚝 멈춘 대형 철탑이 흉물스럽다. 서른 해를 눌러산 읍내에선 본 적 없는 진풍경이다. 맥 풀린 다리가.. 2020. 7. 10.
물처럼 물처럼 제주신보 승인 2020.06.18 김길웅. 칼럼니스트 물은 흐른다. 개울물로 강물로 흐른다. 흘러서, 흐르므로 모나지 않고 각지지도 않다. 그래서 둥글다. 원만하다. 어제오늘 아니다. 흐르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재잘재잘 작은 개울물이 어깨 겯고 흐름에 잇닿아 콸콸 큰 흐름을 이룬다. 억만년을 한 식솔로 흐른 인연들. 스미고 감돌고 굽이치며 한데 흐른다. 갈가리 찢겨 몸을 부수기도 한다. 흘러온 역정의 최후는 하얗게 흩어져 장렬하다. 그러나 일어나 다시 흐른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쉬지 않고 흐른다. 물은 무심한 듯 흐르며 생명을 품는다. 목마름을 축여 주는 시선(施善), 물의 이타행은, 나고 자라 융성하게 하는 원천이다. 제주의 마을이 섬을 돌아가며 옹기종기 해변에 모여 있는 건 필연이다. .. 2020. 6. 21.
영웅이 ‘영웅’되다·2 영웅이 ‘영웅’되다·2 김길웅. 칼럼니스트 해저물면 칠흑의 밤, 하지만 기어이 아침은 온다. 음습한 터널을 뚫고 지나면 탁 트인 광장이다. 낙엽수는 발가벗고 혹한을 견뎌 겨울을 난다. 외롭고 고단한 사람들을 다독이는 게 있다. 꿈이다. 꿈은 기다림이다. 가난을 겪은 사람이 진성의 ‘보릿고개’에 감동한다. 풍요의 시대에도 컵라면으로 곯은 배를 속이는 소시민들이 있다. 가난하려 가난이 아니고, 나락으로 떨어지려 해 불행이 아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우리 주위엔 운명에 맞서는 용기 있는 이들이 적잖다. 그 런 사람들을 대하면 가슴이 뛴다. 큰 박수에 이어 아침 햇살처럼 찬연한 웃음을 보낸다. 어둠을 몰아내고 맞이한 눈부신 아침 아닌가. “저것 봐요. 울먹이는 거.” 가까이 떨리는 목소리에 TV 앞이었고, .. 2020. 6. 12.
연기가 나지 않기를 연기가 나지 않기를 김길웅. 칼럼니스트 코로나19 난국으로 큰 곤경을 치르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후원금 회계 부정 등 의혹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파문에 이어 나눔의 집까지 내분 사태에 빠지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후원금이나 기부금은 공익단체 본연의 사업 목적에 쓰라고 쾌척한 것으로 예사 돈과 다르다. 보시(布施)로 자비의 마음에서 조건 없이 베푸는 재물이다. 사욕을 채우거나 명리(名利)나 반대급부를 챙기라 낸 돈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부정(不淨)을 철저히 배격한다. 산천어가 사는 일급 수 만큼이나 맑은 돈으로 정재(淨財)다. 내놓는 동기가 순수하니 사용하는 것 또한 깨끗해야만 한다. 허투루 써선 안되고 그렇게 쓸 수 있는 돈도 아니다. 이를 소홀히 했다면 큰 업을 .. 2020. 5. 31.
오염과 신뢰 사이 갠지스강에서 동파 오염과 신뢰 사이 김길웅. 칼럼니스트 TV에서 흔히 본다. 갠지스강물에서 몸을 씻는 사람들. 몸만 씻는 게 아니다. 그 강가에서 머리를 감는 사람, 양치를 하는 사람, 심지어는 그런 행위를 하면서 들끓는 사람들 틈에서 그 강물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눈 뜨고 못 볼 광경이다. 인도인들에게 갠지스강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힌두교도들은 갠지스강이 비슈누신의 발꿈치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라 생각하고 신성시한다는 것이다. 그 물에 목욕하면 한평생 지은 죄가 한꺼번에 다 씻어 내려간다고 굳게 믿는다고 한다. 실은, 인도 갠지스강의 원류는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은 물에서 발원한다. 그 거대한 빙하가 녹아 남쪽으로 내려오다 동쪽으로 휘어 뱅골만으로 유입되면서, 강 길이가 엄청나게 길다. 무려 2460㎞.. 2020. 5. 22.
시나브로 시나브로 김길웅. 칼럼니스트 문화인류학적 개념으로 말은 약속이고 책임이다. 약속을 매개하는 게 말이고 말로 했기 때문에 지켜야 하고, 그럼으로써 책임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 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예전 교단에서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사람을 왜 사람이라 했을까, 람사라 하지 않고.’라며 웃었던 적이 있다. 몇 십 만에 이르는 우리말 어휘 앞에 놀란다. 그 많은 어휘가 우리 정신문화의 소산이면서, 한편 그것들이 민족 문화와 정신의 토양이 돼 있다는 사실 앞에 숙연해진다. 이런 쪽에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자주·애민·실용의 3대 정신은 참으로 숭고하다. 어떻게 봉건 왕정시대에 그런 화통한 생각을 했을까. 더욱이 사대주의에 물들었던 시절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로는 서로 통하.. 2020. 5. 15.
오월의 신바람 오월의 신바람 김길웅. 칼럼니스트 오월은 봄의 끄트머리, 계절의 현란한 피날레다. 밀물로 가득 채워 놓은 만조(滿潮) 때, 시골 바다 포구처럼 충만한 달이다. 봄을 접으려는 길목으로 햇살이 따사롭고 살랑대며 이마를 스치는 바람도 유순하다. 백 가지 꽃이 선후를 다퉈 피니 세상이 온통 꽃 사태다. 무덕무덕 꽃으로 덮여, 눈앞에 벌어진 꽃의 축전(祝典), 천지가 꽃·꽃·꽃, 눈이 부셔라. 저 꽃들, 저마다 소소한 사연 하나씩 품고 있으리. 어느 것은 정인(情人)에게 숨어 피어 슬며시 기별 전하려, 어느 것은 순전히 수사 같은 탐미적 추구로, 혹은 쾌락의 절정을 휘청거리다 세공하고 채색했으리. 떠나간 임의 영혼 앞으로 다가앉으며 소복단장해 처연한 모습이기라도 한가, 외진 들녘에 흐드러진 희디흰 저 꽃들. 나른.. 2020.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