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보 김길웅 시인347 마음 열어도 좋을 사람 마음 열어도 좋을 사람 김길웅. 칼럼니스트 세상 삭막하다, 일상이 고단하고 산다는 게 속절없다, 인생이 참 외롭다, 절망의 골짜기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다, 방황의 끝이 안 보인다…. 삶을 부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체성의 동요, 자신감의 결여에 연유할 것이다. 삶을 부정함은 결국 인생이 흔들릴 전조(前兆)이므로 간과해선 안된다. 철학에 호소해 정신의 허한 구석을 채워놔야 한다. 인생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심층적 성찰이 필요하다. 한 그루 나무가 악천후를 견뎌 거목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대지가 불타는 가뭄에 타들어 가면 나무는 그냥 있지 않고, 땅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린다.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해 관정(管井)으로 지하수를 뽑아 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벌겋게 타던 .. 2021. 4. 2. 소공원 풍경 소공원 풍경 김길웅. 칼럼니스트 연사흘 강풍이더니 오늘은 봄의 입김으로 따습다. 몸이 안정을 바라므로 걷기운동을 내려놓아 여러 달째다. 내외가 둘레를 거닐자 했다. 볕에 이끌려 길 건너 동네 소공원에 갔다. 볕도 쬐고 바람도 쐴 요량이다. 입구에서 몇 그루 토종 동백이 어깨 겯고서 낯선 발길을 반긴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피어난 꽃송이들이 유난히 선연해, 비바람에 숨었다 수줍은 듯 밖으로 내민 민낯이 곱다. 한라산 쪽으로 길이 탁 트였고, 나머지 삼면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에워싸여 안온한 곳.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 미칠까. 제주에서 제일 번화하다는 이 도시 한복판에 이만한 시민의 쉼터가 자리 잡고 있으니 놀랍다. 정자 셋, 여러 개의 원목 의자와 벤치 그리고 운동기구들이며 아이들이 노는 미끄럼틀, 그네.. 2021. 3. 26.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김길웅. 칼럼니스트 국악인들이 폭포를 찾는다. 득음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가수 임영웅은 자신만의 소리를 가졌다. 천부적인 목소리다. 그것은 노래 속으로 오롯이 녹아들게 하는 질료(質料)로, 그를 감성 장인으로 만들었다. 단순치 않다. 미스터 트롯 ‘眞’이 된 후, 쉼 없는 그의 변신에 주목한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안다. 곡마다 새로운 느낌, 그의 노래는 눈앞에 다른 세상을 펼쳐놓은 듯, 우리를 홀리는 마법이다. 그건 우리가 아등바등 사느라 늘 놓쳐 온 일상 속의 낭만이었는지도 모른다. 트롯 ‘眞’에게 특전 곡으로 주어진 ‘이젠 나만 믿어요‘가 현대적 발라드풍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전매특허 트롯에 다가가는 지향에 소홀하지 않는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가수로서 태깔을 바꿀.. 2021. 3. 19. 김연경 선수⑵ 김연경 선수⑵ 김길웅. 칼럼니스트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파적을 위해 TV를 벗한다. 스포츠 중계에 눈이 쏠려 있다. 2020·2021V-배구 리그. 볼을 주고받는 랠리가 이어지는 여자부 경기. 지난번에 썼던 김연경 선수에게 다시 눈이 꽂혔다. 어간에, 작지 않은 파장이 있었다. 리그 시작 이래 120일 동안 굳건히 지켜온 김연경 선수 소속 흥국생명 팀이 추락했다. 악재가 있었다. ‘학폭‘ 가해자로 팀을 이탈한 주전 레프트와 세터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빈자리가 컸다. 그들이 떠난 뒤 두 번의 경기에서 연속 3세트를 내주면서 패했다. 그것도 최소득점, 최소시간 게임 종료란 수모를 당하면서. 그러나 불씨가 있으면 불을 지핀다. 다음 경기에서 승리했다. 경기 뒤에 후배들을 껴안아 감격해하던 김연경 선수, 그는 포.. 2021. 3. 12. 계절의 교차로 계절의 교차로 김길웅. 칼럼니스트 2월 하순, 연사흘 비바람이 몰아쳤다. 미상불 이맘때면 날씨가 변덕으로 슬며시 심보를 부리니 얄궂다. 한참 서성이던 계절이 이제 3월의 교차로를 건너며 괜히 몸살기라도 도졌던 걸까. 지난겨울은 여러 날 폭설로 오금이 저렸다. 춥고 음습한 고난의 터널을 지나느라 버둥거렸다. 겨울도 한가지였을 것 아닌가. 오는 봄을 차마 뿌리치지 못해, 막상 바통을 넘기려니 시새움이 났는지 모른다. 내가 사는 연동의 한 아파트는 너른 부지에 조경을 잘 곁들여 나무들 공동집합이 숲으로 울울하다. 관목과 교목, 상록수와 낙엽수와 크고 작은 돌들의 조합이 단독주택 같은 푸근함과 여유로움을 안겨 준다. 숲 새로 오솔길을 낸 것은 사시장철 이곳을 흐르는 시정(詩情)이다. 실제, 동과 동 사이에 공간.. 2021. 3. 5. 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 김길웅. 칼럼니스트 집콕에다 건강이 썩 좋잖아 죽치고 앉아 글 몇 줄 쓰는 게 일과가 됐다. 무리한 운동을 삼가야 하니 하릴없는 일이다. 글 쓴다고 무슨 대작에 매달리는 것도 아니라, 갈수록 삶이 단조롭다. 궁리 끝에 TV 스포츠 채널에서 답을 찾았다. 2020-2021 배구 V-리그를 내보내고 있었다. 보노라니 배구에 끌려갔다. 남자배구는 전투적이어서 거의 한 방으로 속전속결인데, 여자배구는 랠리가 이어지는 아기자기함이 알맞은 자극으로 와 선호하게 됐다. 프로 다섯 팀 경쟁이 치열한데, 그중 흥국생명이 단연 막강해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고 있었다. 탁월한 배구를 구사하고 있었다. 시합을 볼 때마다 압도적 실력의 한 선수에게 눈이 꽂혀 갔다. 흥국생명의.. 2021. 2. 26. 흙 흙 김길웅. 칼럼니스트 옛날 시골에서 흔히 보던 장면이다. 마당 안에 흙더미를 쌓아놓은 분위기부터 무슨 큰일을 벌일 것 같았다. 흙을 마당 가운데로 퍼 나른 뒤 잘게 썬 산도 짚을 섞은 다음 물을 부으며 동네 어른 여럿이 달려들어선 짓밟는다. 흙을 이긴다고 했다. 정강이를 걷어 올려 흙을 밟는 역동적인 작업이 한참 만에 끝나고 나면 이겨진 흙을 깔아 돌을 얹어 벽을 올렸다. 흙 위로 돌을 층층이 쌓아 흙벽이 됐다. 그 벽은 요즘 건축 못잖게 탄탄해 삼대를 더 살았다. 흙은 이렇게 집 짓는 데 큰 몫을 했지만, 그보다 더한 것으로 농경 민족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그렇다고 흙은 식량을 생산하는 단순한 경작지가 아니다. 그것은 태어난 곳이자 되돌아가야 할 숙명적 근원의 땅이다. 흙을 일구고 그 흙 속에 농.. 2021. 2. 19. 봄의 전령 설중매(雪中梅) 그리고… 봄의 전령 설중매(雪中梅) 그리고… 김길웅. 칼럼니스트 겨울은 매몰찬 삭풍과 혹한에 나기 어려운 고난의 계절이다. 그 고난 속에 망울을 터트리는 꽃에서 만나는 봄의 감동 만한 게 어디 또 있으랴. 성성한 눈발 속에 이적처럼 피어난 꽃을 설중매(雪中梅)라 한다. 눈 속에 피어난 매화다. 1월이면 수없이 피어나 동창 앞을 밝히던 백매가 떠오른다. 흑흑 칠야에 닥지닥지 달아놓는 그 지등들이 내뿜는 향기가 방으로 스며들어 코끝이 다 얼얼했다. 흰빛과 단아한 맵시와 짙은 향기가 순일(純一)한 눈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이었다. 떠나면 더 그리운가. 밖엔 함박눈이 너풀거리는데, 여름에 떠나온 옛집의 동창 앞 백매가 그립다. 설중매엔 일화가 있다. 설중매가 기명(妓名)인 고려 말 송도 기생 ‘설중매’는 미모에 재주가 빼어.. 2021. 2. 5. 평상심(平常心)을 잃지 마십시오 평상심(平常心)을 잃지 마십시오 김길웅. 칼럼니스트 코로나19, 득달같이 사람을 괴롭히는 지독한 질병입니다. 그것이 뚫어놓은 터널에 갇혀 허둥대며 그새 일 년이 지났습니다. 단지 시간만 흐른 게 아닙니다. 힘이 다 빠져나가 지치고 무기력해졌습니다. 고단하고 울적한 한 해였지요 그런데도 한 줌의 볕, 한 줄기 빛이 들지 않는 음습한 터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어둡고 가파른 길목에서 길게 목 빼고 출구를 찾아 헤매는 와중입니다. 백신이 나왔다지만 방역에 소홀해선 안될 것 같고요. 더욱이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소리 없이 언제 또 그 세계적 대유행이 닥쳐올지 모르는 이 시국의 불확실성에 불안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세계의 누적 사망자가 211.5만 명, 우리나라가 1337명입니다. .. 2021. 1. 29. 제주의 겨울엔 비파꽃도 핀다 제주의 겨울엔 비파꽃도 핀다 김길웅. 칼럼니스트 사시사철 꽃이 앞다퉈 핀다고 하지만, 꽃도 피는 시절이 있다. 2월 매화, 5월 장미, 6월 모란, 9월 국화…. 어느 때고,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꽃은 없다. 겨울엔 꽃을 보기 어렵다. 삭풍에 잎 진 황량한 하늘, 낙목한천(落木寒天) 서리 내린 뜰에 홀로 핀 국화를 보고,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한 이정보의 시조가 있다. 대놓고 국화가 피어 있는 경이로움을 경탄했다. 스산한 계절에 망울을 터트린 국화를 통해 사람의 높은 절개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웬만한 꽃은 서리를 맞으면 바로 이지러진다. 서리를 견디려면 강단이 있어야 한다. 시인은 그런 강골을 국화에서 발견한 것이다. 가을에 피는 꽃을 보며 옷깃을 여미게 되거늘, 하물며 겨울의 혹독한 추위 .. 2021. 1. 22.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