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璟界)
경계(璟界) 김길웅, 칼럼니스트 어둠과 밝음의 경계, 밤과 낮의 경계, 나라와 나라의 경계, 남과 북의 경계, 아이와 어른의 경계, 불교와 기독교의 경계, 유정과 무정의 경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 도시와 시골의 경계…. 경계는 자연현상과 시간, 혹은 문명이나 문화의 편차가 빚어내겠지만 사유와 철학, 정서나 환경 혹은 심미적 탐구의 산출물이기도 하다. 사람은 평생 앞에 놓인 무수한 경계를 넘으면서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 연마하고 도전하고 고뇌하는 과정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탁월한 수월성으로 단숨에 뛰어넘기도 하나, 성채처럼 버티고 선 경계 앞에 시도 뒤, 수없는 시행착오로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광막한 사막은 횡단하려는 자에게 특별한 가시적 경계가 없다. 뒤덮인 모래 위를 몰아치..
2025. 1. 10.
놓아버림
놓아버림 김길웅, 칼럼니스트 놓아버렸다. 45년을 해온 교직을 놓아버렸다. 그동안 내가 가르친 제자들, 삶의 무늬가 새겨진 기억들을 함께 놓아버렸다. 이름을 놓아버리고 웃음을, 추억을 놓아버렸다.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을 담은 졸업사진을 놓아버리고 사진 속의 이야기를 놓아버렸다. 소각은 완전한 놓아버림, 소멸이었다. 이 나이를 살아오며 인연의 끈으로 이어오던 그 많은 정과 사랑과 관계를 놓아버렸다. 깊었던 것, 얕았던 것, 맑은 영혼의 말, 어둠 속에도 주고받던 희망의 말 다 놓아버렸다. 믿음, 소망, 꿈, 이상 같은 것들 -기다림 속에 끌어당기고 싶던 그 모든 것들을 놓아버렸다. 놓아버릴 수 없게 에워싸던 미련의 어설픈 감정들, 그 편린까지도 다 놓아버렸다. 내 마음으로부터 놓아버렸다..
2024.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