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보 김길웅 시인366 나라꽃이 제자리에 있는 나라 나라꽃이 제자리에 있는 나라 김길웅, 칼럼니스트 “2016년부터 ‘안경너머세상’을 써 왔습니다. 10년입니다. 개방적으로 다양한 소재를 다루다 보니 시답잖은 글도 적지 않았겠는데, 한결같이 사랑해 준 여러분께 고개 숙여 고마운 인사를 올립니다. 사실은 제 건강이 좋지 않아 붓을 내려놓으려 하다가도, 가까이에서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많은 강호 제현의 관심과 따뜻한 격려를 저버릴 수 없어, 쓸 수 있는 데까지 쓰자고 버텨 왔습니다. 사람의 깜냥엔 한도가 있는 거군요. 정겨운 시선으로 양해하시기를 바랍니다. 올리고 싶었던 글 ‘나라꽃이 제자리에 있는 나라’를 472회 마지막으로 제 칼럼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무궁화의 존재감이 날로 퇴색하고 있다. 전엔 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 2025. 6. 27. 돌멩이 돌멩이 김길웅, 칼럼니스트 규격이 따로 정해 있진 않지만, 돌 중에 좀 작은 축에 드는 것을 일러 돌멩이라 한다. 흔히 성인 남자가 한 손에 들 수 있는 정도를 일컫는다. 어림짐작으로 그 이상 크기면 바위, 그 이하는 자갈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돌멩이 가운데도 특히 겉이 조악지 않고 매끈한 것을 구분해 조약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크기가 어중간하나 둥글둥글한 것으로 몽돌(모오리돌)이라 하는 하는 것도 있다. 몽돌해변이라 할 만큼 오랜 세월을 두고 바닷물에 씻겨 동글동글해진 돌을 따로 일컬음이다. 산 속의 냇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산자락에서 큰비를 맞고 흘러 내리는 물에 씻겨 연마된 것들이다. 돌 하나를 보면서도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돌멩이는 작다고 나무라지 못한다... 2025. 6. 20. 대통령 취임식 소묘 대통령 취임식 소묘 김길웅, 칼럼니스트 1. 이미 밤중에 시작된 대통령의 임기 ‘유력’의 꼬리표를 떼고 당선이 확실시된다 한 게 자정을 훨신 넘긴 시각. 계양구 자택을 나와 당사를 찾아 선거캠프에 인사하고, 국회 앞 대로에서 시민들에게 연설한단다. 집 둘레를 많은 주민들이 메웠다. 동네에서 대통령이 탄생한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들떠 있는 주민들, 잠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꽃다발들이 전해졌다. 이삼중 경호를 받는 대통령. 기껏 당선 한 시간인데, 경호원의 민활한 몸짓이 그새 신분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국회 앞 대로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응원봉과 파란 풍선들을 들고 ‘이재명’을 외치고 있었다. 새벽 3시, 잠잘 시간이다. 계엄 후 6개월, 국민들이 얼마나 마음 졸였나. 2... 2025. 6. 13. 아파트라는 메커니즘 아파트라는 메커니즘 김길웅, 칼럼니스트 아파트는 인간이 개발해 낸 주거 양식의 최상급일 것이다. 땅 위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고층빌딩이 창출해 낸 가성비는 그 극한에 이를 테다. 손바닥만 한 땅에 50여 층을 올려 땅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과학의 결과물인지 건축술의 성과인지 모르나, 아파트 허리를 지나는 구름을 보며 경탄하게 된다. 흙에 돌멩이를 얹어가며 벽을 쌓아 한 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대여섯 가족이 발 막아 살던 우리 선인들이 오늘의 아파트를 봤다면 눈앞이 아뜩해 정신을 가누지 못하리라. 그것도 대처에선 여기저기 단지로 대군락을 이뤘지 않은가. 1, 2층 단독주택과 고층 아파트들이 수직 수평의 교집합을 이룬 도시의 풍경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봐도 높고 낮은 건.. 2025. 5. 30. 이발관 풍경 이발관 풍경김길웅,칼럼니스트 아이 땐 이발관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어른들이 이발을 동네에서 하게 했다. ‘머리를 깎는다’ 했다. 동네에 이발하는 사람이 한 분 있었다. 마당에 허술한 의자 하나 내놓고 앉으라 한다. 어깨 아래로 하얀 포대기를 덮어놓고 바리깡(이발기)으로 머리를 밀기 시작하면, 아파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이발기가 머리카락을 물면서 그 자리에 서버린 것이다. 이발기에 무슨 기름을 쳐 간신히 움직이기 시작한 기계는 두 걸음을 떼더니. 다시 머리카락을 물고 늘어진다. 더 단단히 물렸다. 어찌어찌 끝내면 돈 몇 환(?)을 내고, 겁먹은 아이는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발 풍경이었다.중학생이 돼야 처음으로 이발관엘 간 것 같다. 이발관엔 흰옷을 입은 이발사와 머.. 2025. 5. 23. 정신 모델 정신 모델 김길웅, 칼럼니스트 정신 모델, 조금 낯설다.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뿌리 깊은 가정(假定)이나 심상, 생각 따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은 우리의 인생 태도나 가치관 또는 신념 등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일상에서 정신 모델이 변화의 걸림돌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찢어진 청바지는 낡은 것이라는 공식이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꼰대들에게 “요즘은 이게 멋이야.”라고 아무리 얘기해 봤자 그 말이 쉬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신품을 남루로 보고 있잖은가. 이렇게 어떤 이미지를 봤을 때 머릿속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사고방식이 정신 모델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신 모델의 존재 여부나 그.. 2025. 5. 16. 일 일 김길웅. 사람과 일을 분리시키지 못한다. 크든 작든, 공적이든 사적이든 무릇 사람에게는 일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일이 있어 마치 그것의 성취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한평생 그 속으로 몰두한다. 일은 삶의 근본이고 사람이 살아 가는 본래의 존재 방식이다. 일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이 없는 시람을 일컬어 실업자라 한다. 백수건달이란 뜻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일이 없으면 기웃거리거나 주억거릴 뿐 마땅히 설 자리가 없다. 험한 파도를 건너는 좌표 없는 항해다. 생활인에게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요즘 별로 쓰이지 않지만, 예전에 한량(閑良)이란 말이 있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젊은 무직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이성.. 2025. 5. 9. 아파트의 고양이 아파트의 고양이 김길웅, 칼럼니스트 신제주 신시가지에 있는 D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읍내 단독 주택에 오래 살다가 아들네가 내놓은 이사의 당위성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노쇠한 부모를 염려하는 두 아들의 배려를 효도로 받아들이면서, “그러지, 뭐.”한 게 이사의 속도를 냈다. 때로는 삶의 지형이 가파르게 변하기도 하는 게 인간사다. 취락구조 개선 마을의 조그만 와옥(蝸屋)에서 도심에 있는 아파트로 짐을 싸 들게 될 줄을 생각이나 했으랴. 예전 같았으면 철학관을 찾아 운세를 기웃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효자를 둘씩이나 둬 호강하게 됐다고 들떠, 얘들 덕에 팔자에 없는 도시 아파트에 살게 됐다고 어깨 으쓱했던 게 사실이다. 4년 전 얘기다.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환경의 변화를 실감했다. 선밥.. 2025. 5. 2. 손의 일 손의 일 김길웅, 칼럼니스트 손은 뇌의 명령을 실행하는 최종기관이다. 일하고. 먹고, 마시며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제일선의 도구다. 손 없는 일상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손의 활동은 창의력과 표현력을 작동해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전달하는 데 기여한다. 손 없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없다. 그것만으로도 손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글 몇 줄 끄적이다 멈추고, 책상 위에 두 손을 올려놓아 유심히 바라본다. 80평생을 사노라 세파 속에 무수한 일들을 감내하며, 고통을 겪어 온 성실하고 도타운 최전방의 전사들이다. 열 손가락을 가볍게 쥐고 있지만, 일을 할 때는 얼마나 억척스러웠나. 일의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더해내려고, 그래야 그 성과로 성공적인 자락에 나를 올려놓을 수 있다고.. 2025. 5. 2. 행간(行間) 행간(行間) 김길웅, 칼럼니스트 글자 ‘한’ 자를 ‘행’이라 하고, 글자 ‘사이’를 ‘간’이라 한다. 옛날에는 글자 사이가 빽빽해서공간이 좁았다. 그래서 글자 사이의 공간을 ‘행간’이라 했다. 오늘날 쓰이는 의미는 썩 다르다. 행간이있다고 한다. 직접 표현은 하지 않았으나, 겉에 드러나 있지 않은 숨은 뜻 혹은 심오한 뜻이 있다는 말이다. 행간이 없다고 한다. 또 행간을 읽는다고 하면, 그 속에 숨어 있는 뜻도 알아낸다는 것. 글자 사이에 담긴 진실을 읽어내야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말에 집중하되, 말에 얽매이면 안 된다. 말 너머 혹은 그 이면의 말을 들을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말의 내용에만 .. 2025. 4. 18. 이전 1 2 3 4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