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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詩38

풀~김수영 詩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창작과 비평』 11호, 1968. 가을) [작가소개] 김수영(金洙暎) 1921년 서울 출생 선린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 토쿄(東京)상대 전문부에 입학했다가 학병 징집을 피해 귀국 1947년 『예술부락』에서 시 「묘정(廟廷)의 노래」를 발표하여 등단 1958년 제1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59년 시집 『달나라의 장난』 발간 1968년 사망.. 2024. 3. 13.
가지 않는 길 Robert frost(1874~1963) 미국 (영어 원문) The Road Not Taken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 2023. 12. 10.
갈래꽃~나종영 詩 낭송:박경자 갈래꽃~나종영 詩 낭송:박경자 내 몸 부서져 네가 올 수 있다면 내 빈 몸 산천에 부서져 봄날 어느 돌무덤에 쓰러져 짓이겨진 너의 사랑 찾을 수 있다면 나는 모진 바람에 흩어지는 한 떨기 갈래꽃이라도 좋아 밤 깊어 끝 모를 어둠 별빛의 어린 흰 꽃 그림자 밟고 네가 올 수 있다면 나는 어둠 저쪽 끝 새벽별 골짜기 퍼덕이는 작은 새라도 좋아 붕어 떼 속살 드러내며 물 차오르는 임진강가 출렁이는 동해바다 굽어보는 산맥 너머 너머까지 피비릿내 쇠붙이, 소름 돋는 철조망 칭칭 감으며 두동강이 찢겨진 가슴 오, 죽어버린 불가슴 이제 더는 헤어짐이 없이 두 번 다시 갈라섬이 없이 가난한 우리, 한 몸으로 만날 수 있다면 뿌리도 떡잎도 한 몸이던 우리가 전라도 땅 어디 함경도 땅 어디 나팔꽃 환한 비무장 웃음으로 다.. 2023. 6. 30.
저 거리의 암자~신달자 詩/낭송:권해윤 저 거리의 암자 / 신달자 詩 낭송:권해윤 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서 트럭 한 대분의 하루 노동을 벗기 위해 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출렁출렁 야간여행을 떠납니다 밤에서 밤까지 주황색 마차는 잡다한 번뇌를 싣고 내리고 구슬픈 노래를 잔마다 채우고 벗된 농담도 잔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속풀이 국물이 짜글짜글 냄비에서 끊고 있습니다 거리의 어둠이 짙을수록 진탕으로 울화가 짙은 사내들이 해고된 직장을 마시고 단칸방의 갈증을 마십니다 젓가락으로 집던 산낙지가 꿈틀 상 위에 떨어져 온몸으로 문자를 쓰지만 아무도 읽어내지 못합니다 답답한 것이 산낙지 뿐입니까 어쩌다 생의 절반을 속임수에 팔아버린 여자도 서울을 통째로 마시다가 속이 뒤집혀 욕을 게워냅니다 비워진 소주병이 놓인 플라.. 2023. 6. 30.
한계령을 위한 연가 ~ 詩:문정희/ 낭송:홍성은 한계령을 위한 연가 詩: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었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상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2023. 6. 29.
가을 서한/나태주 詩~낭송 문명숙 가을 서한 나태주 끝내 빈 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 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새로 국화잎새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안 구석구석까지 밀려오는 저승의 햇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양식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내려오는 등성이에서 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꽃씨 몇 음큼 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소리 가을은 가고 남은 건 바바리코우트 자락에 날리는 바람 때묻은 와이셔츠 깃 가을은 가고 남은건 그대 만나러 가는 골목길에서의 내 휘파람 소리 첫눈 내리는 날에 커질 그대 창문의 등불 빛 한 초롱 2023. 6. 28.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詩 일시:2023년6월22일(목요) 저녁7시 장소:삼양 다목적 생활문화센터 (지회장:홍애선 낭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상 화 지금은 남의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에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 2023. 6. 28.
秋史의 悼亡詩 秋史의 悼亡詩 悼亡妻歌 秋史 金正喜(1786.6.3-1856.10.10) 那將月老訟冥司 나장원노송명사 來世夫妻易地爲 내세부처역지위 我死君生千里外 이사군생천리외 使君知我此心悲 사군지아치심비 어쩌면 저승에 가 월노에게 애원하여 내세에는 그대와 나 처지를 바꿔 태어나리 나 죽고 그대 살아 천리 밖에 남는다면 이 마음 이 슬픔을 그대가 알리마는 얼굴 - 가곡 바이올린 2023. 2. 15.
음유시인 가수 이동원씨 세상을 떠나다.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 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 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 2021. 11. 16.
7월의 바다~황금찬 詩 7월의 바다 황금찬 詩 아침 바다엔 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워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2021.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