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보 김길웅 시인346 팔팔 끓고, 푹푹 찌고 팔팔 끓고, 푹푹 찌고 김길웅 칼럼니스트 올여름은 제주가 가물다. 4,5월 고사리마에 비가 없더니 6,7월을 지나며 비다운 비가 없었다. 태풍이 중국 쪽으로 빠지면서 간접 영향으로 이틀간 내린 비가 거의 전부. 감칠맛 나게 7월 말께 비가 왔나. 하도 더운 바람에 이내 기억에서 지워지고 없다. 오늘 인터넷을 뒤적이다 놀라운 사실 앞에 두 번 다시 놀랐다. ‘36.5도, 사람 체온만큼 올라가 제주, 올해 최고기록!’ 대구 서울 등과 최고기온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다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등극(?)했다지 않은가. 기사를 보면서도 도무지 믿어지질 않았다. 제주의 최고기온이 사람 체온만큼 치솟았다는 얘기 아닌가. 기상 관측 시작(1923) 이래 7번째 고온이라고 한다. 33~34도를 오르락내리락하더니 마침내 기록.. 2022. 8. 12. 노각과 수박 참외 노각과 수박 참외 김길웅 칼럼니스트 인정을 담아 주고받는 물건을 선물이라고 한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 많이 한다. 하지만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주고 싶은 이에게 언제 어떤 물건이건 줄 수 있는 게 선물이다. 비싸거나 귀중한 것이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보내는 마음이고 받는 마음이다. 마음같이 소중한 게 어디 있을까. 마음을 곱게 싸서 보내는 만큼 선물은 값지다. 책을 읽다가 공유하고 싶어 다시 서점에 다녀오는 그 걸음은 얼마나 감동적인가. 돈으로 셈할 수 없는 실제적 가치의 실현이라, 보내는 벅찬 마음만큼이나 받는 이의 마음 또한 기쁨으로 충만할 것이다. 연인이라면 어느 날 함께 거닐던 바닷가에서 주운 몇 개의 조가비도, 썰물에 찍은 물새 발자국을 폰에 담은 영상도 좋은 선물이.. 2022. 8. 5. 노형동 까마귀 노형동 까마귀 김길웅 칼럼니스트 신제주로 이사 와 가장 관심이 간 게 텃새 까마귀다. 숲을 갈아엎어 빌딩이 들어서면서 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런 변화 속에 깃들었던 까마귀들이 터를 잃고 산으로 쫓겨났다. 집과 먹이를 잃은 그들이다. 그래서일까. 이곳 까마귀들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까마귀들의 그 상실의 서사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이걸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짧게든 길게든 써야겠다는 의무감을 갖게 되면서 나는 ‘노형동 까마귀’를 시화(詩化)하기 위해 구상에 들어갔다. 가뭄 탓인지, 올여름 더위는 폭염의 연속이다. 가마솥더위다. 이 무더운 여름날에도 노형동 까마귀들은 하루 몇 번인가 날선 소리로 울며, 울며 허공을 가로지른다. 무엇을 놓고 저 악다구니들인가. 갉아먹기라도.. 2022. 7. 29. 어머니의 휘파람 어머니의 휘파람 김길웅 칼럼니스트 무학이었지만 어머니는 내게 존엄했다. 사랑과 인고의 화신이었다. 당신에 대한 회상을 소품시로 쓰려 한 게 쓰려니 함축이 힘들어 서사에 기울다가 종내 산문률에 의탁했다. 한여름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바람 한 점 없는 날이었다. 새벽이슬 내린 들풀을 차며 일찍이 집을 나선 어머니는 조[粟, 조 ‘속’]밭을 매었다. 어느새 해가 한 발 올라오더니 푹푹 찌기 시작한다. 그나마 선선한 아침 기운이 남아 있어 손놀림이 빨랐다. 조는 초벌매기로 빽빽하게 솟아난 어린싹을 알맞은 간격으로 솎는다. 순간순간 뽑을 것과 남길 것을 골라 호미질을 해야 한다. 섣불리 했다 여름 볕에 뿌리가 상하면 바로 말라 죽는다. 경험칙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때다. 조밭을 맨.. 2022. 7. 22. 쑥 쑥 김길웅 칼럼니스트 아파트 뜰을 거니는데 얼마 전에 옮겨심은 수국이 염천에 고사하는 몰골이다. 작아도 꼭지에 두어 개 꽃을 본 것이다. 보랏빛 꽃이 땡볕에 맥없이 시들어 간다. 시기를 놓쳐 기사회생하기는 틀린 것 같아 그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아파트에 무얼 새로 심는다는 것은 섬세한 배려지만, 관리의 손이 거기에서 멎어 버린 것은 뜻밖의 낭패를 부르니 이런 이율배반은 없다. 아리따운 한 생명이 숨을 놓고 있지 않은가. 올여름엔 제주가 유난히 덥다. 대구보다 최고기온이 높은 35도를 기록한 날들이 있을 정도다. 해양성 기후라는 기상 논리에 이변이 온 게 분명해 보인다. 6월에 이미 열대야가 오고 연일 폭염주의보다. 인간이 지구에 죽을죄를 짓지 않고서야 이런 형벌이 있는가.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온.. 2022. 7. 15. 아이스께~끼! 아이스께~끼! 김길웅 칼럼니스트 첫더위 탄다고 한다. 날씨가 여름으로 무덥다. 땡볕인 데다 바람 한 점 없다. 하오로 넘어가는 때라 더위가 절정을 친다. 마트에 다녀온 아내가 선뜻 내미는 게 있다. ‘떡붕어빵아이스크림’. 목이 타는 데 눈이 번쩍거린다. 붕어 모양의 떡에 팥소를 넉넉히 넣고 우유를 첨가한 빙과류다. 팔과 우유의 조합에 얼음을 채웠으니, 나같이 나이 든 세대의 기호에 찰떡궁합이다. 입 안에 넣자 살살 녹는다. 몇 입 베어 먹는데, 홀연 동네 골목을 돌아 나오는 아이의 목소리가 귓전으로 내린다. “아이스 께~끼.” 열두세 살쯤 돼 보이는 땅딸한 소년이 제 몸뚱이 만한 나무 상자를 어깨에 메고 “아이스께~끼”를 외치며 거리나 골목을 돌며 팔던 빙과류. 내리쬐는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발갛게 탔고.. 2022. 7. 8. ‘아이 낳으면 희망이 IN…’ ‘아이 낳으면 희망이 IN…’ 김길웅 칼럼니스트 요즘 소일거리가 하나 생겼다. 내외가 아파트 둘레를 거닐다 벤치에 앉아 오가는 아이들 구경하는 재미다. 큰 단지라 주민이 얼추 6천에 찰 것이고, 그러니 아이 안 낳는 세상이라지만 적지 않을 것 아닌가. 오늘은 유난히 아이들에게 눈이 쏠리는 날이다. 두 돌이 막 지났을까. 젊은 엄마가 어린 아들을 태울 것에 태우고 지나간다. 처음 보는 탈 것, 자그마한 자동차에 아이를 태우고 엄마가 뒤에서 밀고 있다. 아이가 신이 났다.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놈 남자답게 생겼네. 장군감이다, 장군감!” 장군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아이다. 젊은 엄마에게 들으라 한 말이다. 그 엄마 뒤를 돌아보며 생긋 웃는다. “저기 봐,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를 보며 웃고.. 2022. 7. 1. 둥지를 수리하는 제비 부부 둥지를 수리하는 제비 부부 김길웅 칼럼니스트 아침 5시, 현관에 나가 「제주일보」를 들고 와 펼치다 놀랐다. 1면 위로 눈이 가는 순간, 제비의 큰 날갯짓에 신문이 펄럭이는 것 같다. 졸음기가 가시고 눈을 번쩍 떠 다시 보았다. 제비가 날개를 좍 펴 파닥이고 있다. 그림이 드러나면서 제비인 걸 알게 됐고, 두 마리가 눈에 익숙한 둥지 언저리를 날며 바지런 떨고 있지 않은가. 사진을 찍은 고봉수 기자가 설명을 올렸다. “14일 제비 부부가 번식을 위해 제주시 이도 2동의 한 건물 주차장 묵은 둥지를 보수하며 바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한 민가 주차장 벽에 연전 지어진 묵은 둥지를 넘나들며 수리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담고 있었다. 사진이란 장르는 그림같이 추상적 기법이 덜해 사실적 표현에 우.. 2022. 6. 24. 쳇바퀴 돌 듯 쳇바퀴 돌 듯 김길웅 칼럼니스트 얇은 나무나 널빤지를 둥글게 휘어 만든 테, 쳇바퀴. 이 테에 쳇불을 메워 체를 만든다. 쳇바퀴는 우둘투둘하지 않아 매끄럽고 밋밋하다. 단단히 부착한 거라, 길이가 달라지거나 모양이 변하지도 않고 늘 그 모습 그대로다. 별안간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란 말을 떠올린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돈다는 그 말. 어쩌다 불러들였을까.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내일이 그만그만한 삶, 요즘 내 생활이 그런 건 아닐까. 어슷비슷한 하루하루가 판박이로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이 아닌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은 이치를 꿰뚫은 사실적 직유다. 먹고 자고 그러고 또 그렇게 이어지는 단조한 삶 같다는 의미다. 변화가 없으니 진절머리 날 게 아닌가. 나아감도 변화도 감흥도 없다, 자연히.. 2022. 6. 10. 악다구니들 악다구니들 김길웅 칼럼니스트 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끝났다. 대선을 치른 지 석 달이 채 안된 시점이라 나라가 한때 그 여운 속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거는 생사를 건 경쟁 구도다. 한 치의 양보 없이 당선을 위해 죽기 살기 힘을 쏟는다. 선거의 속성이다. 당락은 단순한 게 아니다. 신분에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운니지차(雲泥之差), 구름과 진흙의 차이, 곧 하늘과 땅의 거리로 벌려진다. 승자는 천당에 오르고 패자는 나락으로 추락한다. 입후보자가 그런 선거의 생리를 모를 리 만무하다. 그러니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무리 선량한 후보도 표 앞에선 마음이 표변할 수밖에 없다. 이런 표심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어 온당치 못한 행보로 나타나기도 한다. 선거의 고질이다. 급기야 상대방을 헐뜯기.. 2022. 6. 3.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