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러미
거스러미 김길웅, 칼럼니스트 지저깨비, 보푸라기, 군더더기, 거스러미. ‘불필요한 것’이 이 말들의 공통점이다. 노작 과정에서 깎거나 다듬을 때 생겨난 잔 조각 ‘지저깨비’, 종이나 옷의 거죽에 일어나는 잔털 ‘보푸라기’, 쓸데없이 덧붙는 ‘군더더기’, 손발톱 뒤 살 껍질이나 나무의 결에 가시처럼 터져 나오는 ‘거스러미’. 치열한 창작의 손이 털어 놓은 쪼가리거나 전성기가 지난 퇴락과 소진의 기운, 과잉의 군것이거나 간에 그것들은 이미 중심에서 밀려나와 쇠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명이 다해 버려질 허름한 것들, 좋은 것이 쓰다 남은 허름한 허섭스레기다. 그중, 사람을 꽤 성가시게 하는 게 거스러미다. 손발톱의 뿌리가 박힌 자리에 덧나 귀찮게 구는 궂은 살. 거친 일을 하는 손일..
2024.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