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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 김길웅 시인346

'삐약이' 신유빈 화이팅! '삐약이' 신유빈 화이팅!   김길웅, 칼럼니스트 운동을 못 하면서도 스포츠 중계방송 시청은 좋아한다.  웬만한 중계는 봐야 직성이 풀린다.  몸이 달아올라 먹던 것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TV 앞에 앉을 정도다.  제 딴엔 생활이 너무 밋밋해 경기장의 격렬한 분위기를 불러와 자극을  주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 같다.  그중에도 특히 축구 한일전은 빼놓을 없는 것이고, 국가대표 평가전은  선호하는 메뉴다. 설령 경기 시간이 새벽이어도 개의치 않는다.  문제는 잔뜩 기대했다가 우리가 패했을 때다.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밤잠이 도망가는 바람에 한동안 뒤척이기도 한다.  좋은 기술로 원팀이 돼 압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우리 선수들의 활기찬  모습을 대할 때는 아이처럼 .. 2024. 8. 9.
더위가 무섭다 더위가 무섭다 김길웅, 칼럼니스트 우박이 아니다.  하늘에서 퍼붓는 작달비가 뺨을 때리는 매질이다.  7월의 집중호우로 온 나라가 물난리다.  집이 물에 잠기고 자동차가 떠내려가고 다리가 주저앉았다.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려 주택과 도로를 덮쳤다.  지하 승강기에 갇혀 사람이 죽고 물에 휩쓸려 사람들이 실종됐는가 하면,  하우스에 물이 차올라 흙탕물을 뒤집어쓴 농작물 앞에서 울상이 돼 있는  농부들을 TV로 지켜보며 안쓰러워 발을 동동 굴린다.  1960년 사라호 태풍 이래 처음 보는 물사태 앞에 노호하는 자연의 무서운  얼굴을 목도했다. 인간이 들고 자행해 온 업보가 만들어낸 자업자득의 재앙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빗속의 복구작업을 보며 비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에 망연자실, 질린 얼굴들에 .. 2024. 8. 2.
베개 타령 베개 타령   김길웅, 칼럼니스트 나뭇가지에 걸어도 잔다는 아잇적엔 누웠다 하면 잠에 곯아떨어졌다.  잠이 안 온다고 베개 탓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베개가 무슨 죄인가. 편안히 자라고 목을 받쳐 머리를 안정시키는  쾌적한 장치인걸. 어른이 돼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건이 썩 좋지 않던 군대 내무반에서도 상황에 쫓겼지,  베개 탓을 하진 않았다. 출장이다, 여행이다 여인숙에서 모텔과 호텔로  전전했지만, 베개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투덜댔던 일은 기억에 없다.  친구 집이나, 이따금 친구들과 어울리던 야산 풀밭에서도 엎어지면 잠이었다.  자리에 몸을 던지면 곧바로 가라앉던 꿀맛 같던 잠이다.  한데 60줄에 접어들면서 탈이 생겼다.  그렇게 잘 오던 잠에 균열이 온 것이다.  불면이라는 민감한.. 2024. 7. 26.
일상 회복 일상 회복  제주일보 승인 2024.07.18  김길웅, 칼럼니스트 반복되는 삶이 일상이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같지 않은 삶이기를 원한다.  변화에의 욕구가 촘촘이 스민 말이 있다. ‘진일보, 일신우일신’. 늘  획일적으로 되풀이되는 단조한 삶은 마른 모래알갱이마냥 무미건조하다.  좀 촉촉해서 좋은 게 사람의 삶이다. 너무 메마르면 점도(粘度)가 떨어져  관계에 닿지 못한다. 신선도를 잃기 쉬운 일상은 대다수의 사람이  무료하게 여기지만, 누군가에겐 간절히 원해도 누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얼마 전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으로 누릴 수 있는  일상의 범위가 상당히 줄어듦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질곡과 엇비슷한 ‘집콕’이란 조어가 생겼다. 둘레로 위리안치보다  더 첩첩한 칩.. 2024. 7. 20.
초등학생이 의대 준비라니 초등학생이 의대 준비라니   김길웅, 칼럼니스트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으로 야기된 이른바  ‘의정대란’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정부는 의료정책 차원에서 실행을 완강히 강제하려 하고,  의료계는 그들대로 준비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이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법원이 정부 쪽 손을 들어줬지만, 의협이 그를  수용할 낌새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자 간에 앙금만 쌓이는  형국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대화인데,  이젠 접점을 찾기 위한 접근마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 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 예삿일이 아니다. 법원의 선고로 의대 증원이 40개 의대별로 배정됨에 따라 학칙  개정으로 2025학년도 모집 요강까지 확정됐음에도 의료계의 반발은  좀체 누그러들지 않는다. 대학병원이 .. 2024. 7. 12.
버스투어 버스투어   김길웅, 칼럼니스트 버스를 타면 심신이 편안하다.  이동하는 큰 집이다. 큰 차가 내 소유 같다.  매번 버스에 타면서 기사에게 “수고하십니다.” 인사를 한다. 인사는 즐겁다.  답례가 없어도 좋다.  2인석으로 돼 있지만, 운전석 반대편으로 셋은 1인석이다.  그 자리에 앉으면 자그마치 자가용에 앉은 기분이다.  맨 앞 좌석은 높직해 갑자기 어깨가 으쓱해진다.  차를 거느리며 가는 느낌이다. 버스 쪽에 기울어 있다.  느리게 천천히 가도 된다.  따지고 보면 완급의 차이란 별것 아니다.  나중에 길을 가고 돌아온 뒤에야 안다.  사람의 일이란 다 그런 것이다. 애초 버스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첩을 꺼낸다.  버스를 타면서 깃든 습관이다.  무얼 몇 자 적을 때도 있고, 그냥 호주머니.. 2024. 7. 5.
처음이다 처음이다   김길웅, 칼럼니스트 시발점이 처음인 건 확실한데,  도착점에 이른다고 끝이 아니다.  다시 차를 돌려세우면 처음이다. 역류의 처음이다.  출생은 개인사의 처음이다. 여든의 연륜을 쌓으면서 무수하게  처음을 경험했고, 그 축적에서 나이에 숱한 점을 찍어 왔다.  불확실하지만 언제까지는 나이를 먹을 것이다.  얼마 후, 다시 겪게 될 처음들…. 생애 속에서 시간의 화살에 점을 남긴 모든 처음은 시간을 축낸 만큼  소중하다. 나이 들면 어른인가. 시간에 관해, 전에 학습한 바 없는  첫 터득에 번쩍 깨어난다. 이런 싱싱한 날것의 신선함이라니,  처음이다.  외부의 영향이 없을 때 현재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게 관성이다.  일부러 건드리지 않으면 가만 정지한 물체는 계속 그대로이고,  움직이는 물체는.. 2024. 6. 28.
권말기(卷末記) 권말기(卷末記)   김길웅, 칼럼니스트 본문 뒤에 내용의 대강을 적은 글이 권말기다.  후기 또는 발문이라고 하는데 작품집의 경우, 책을 상재하는  이의 취향에 따라 작품 평, 작품 해설이라고도 한다. 내가 권말기를 처음으로 쓴 게 20년이 넘었더니.  그새 50여 권에 이를 것 같다. 문학동인, 강의하는 글방 회원  또 이런저런 과거의 인연들이다. 청탁하면 마다할 수 없어 쓰는  형편이다. 좁은 지역이라 청을 거스르지 못한다.  문제는 남의 작품을 평하기가 쉽지 않은 데 있다.  작품을 어떤 기준에서 접근하느냐 하는 것은 여간 가탈스러운  일이 아니다. 뭣한 말로 도가 됐든 개가 됐든 작가의 의도를  꿰뚫어 봐야 하므로 오만 신경이 다 쓰인다.  밑바닥에 흐르는 주제를 짚어내면서 행간까지 읽어야 하는 .. 2024. 6. 21.
거스러미 거스러미   김길웅, 칼럼니스트 지저깨비, 보푸라기, 군더더기, 거스러미. ‘불필요한 것’이 이  말들의 공통점이다. 노작 과정에서 깎거나 다듬을 때 생겨난  잔 조각 ‘지저깨비’, 종이나 옷의 거죽에 일어나는 잔털 ‘보푸라기’,  쓸데없이 덧붙는 ‘군더더기’, 손발톱 뒤 살 껍질이나 나무의 결에  가시처럼 터져 나오는 ‘거스러미’. 치열한 창작의 손이 털어 놓은 쪼가리거나 전성기가 지난 퇴락과  소진의 기운, 과잉의 군것이거나 간에 그것들은 이미 중심에서  밀려나와 쇠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명이 다해 버려질  허름한 것들, 좋은 것이 쓰다 남은 허름한 허섭스레기다.  그중, 사람을 꽤 성가시게 하는 게 거스러미다.  손발톱의 뿌리가 박힌 자리에 덧나 귀찮게 구는 궂은 살.  거친 일을 하는 손일.. 2024. 6. 14.
개의 비유법 개의 비유법   김길웅, 칼럼니스트 개는 잘 따르고 용맹스럽다.  또 영묘해 영물이라 말한다.  날카로운 이빨에서 그의 조상이라는 늑대의 야성을 본다.  냄새를 잘 맡으며 귀가 밝아 사냥견이나 군견, 안내견, 마약· 폭약 탐지견이나 목양견(牧羊用)으로도 기른다. 개 없이는 못 산다는 사람도 많다.  목욕을 시키며, 털을 깎아주고, 고운 옷을 입혀 장신구를 달아  치장해주는 세상이다. 이를 보며 시절의 변화를 읽는다. 몇 년 전, 어느 절에 갔다가 혼절할 뻔 했었다. 주지 스님이 삽살개를 방에 들여 친구로 지내고 있다.  송아지만한 몸집에 목털은 말갈기를 연상하게 하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려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뜻밖으로 사람에게 순해 숨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맹수같이 밖으로  내닫지 않는가. 절 .. 2024.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