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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 김길웅 시인

행간(行間)

by 동파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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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行間)

김길웅, 칼럼니스트

글자 ‘한’ 자를 ‘행’이라 하고, 글자 ‘사이’를 ‘간’이라 한다.
옛날에는 글자 사이가 빽빽해서공간이 좁았다. 
그래서 글자 사이의 공간을 ‘행간’이라 했다. 
오늘날 쓰이는 의미는 썩 다르다. 
행간이있다고 한다. 
직접 표현은 하지 않았으나, 겉에 드러나 있지 않은 숨은 뜻 혹은 
심오한 뜻이 있다는 말이다. 행간이 없다고 한다.
또 행간을 읽는다고 하면, 그 속에 숨어 있는 뜻도 알아낸다는 것.
글자 사이에 담긴 진실을 읽어내야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말에 집중하되, 
말에 얽매이면 안 된다.
말 너머 혹은 그 이면의 말을 들을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말의 내용에만 함몰되지 않고 말투(어조), 눈빛, 표정,침묵까지 읽을 때 
비로소 진짜 말을 들을 수 있다. 말을 읽는 것은 
그 사람을 읽는 것이다.
행간은 단순히 글자 사이의 공간이 아니다. 작가가 드러내지 않은
의미를 담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소설 속 작중인물들의 숨겨진 감정,
작가의 의도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작품의 의미를 풍부하게 
해주므로, 예술 표현의 또 다른 층위를 맛볼 수 있다. 
음악 속 행간에는 멜로디와 가사 사이에 작곡가의 감성이 녹아 있다. 
미술 작품의 여백은 관람객의 해석을 이끌어 내는중요한 요소로, 
작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삶 속의 행간에는 침묵 속에 전해지는 따뜻한 위로, 
눈빛만으로도다가오는 깊은 이해,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공감이 담겨있다. 
행간은 원래 고대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서예에서 비롯했다. 
옛 서예가들은 글자 사이의 공간을 여백으로 여겼다.
그러니 서예는 여백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행간 해석은 단지 글자를 읽는 수준을 넘어,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행간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숨어 있는 메시지를 찾아냄으로써 독서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따라서 행간을 해석하는 것은 문학적 감수성을 발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행간 걸침이란 기법이 있다. 시어가 앞 행과도 연결되고,
 뒤 행과도 연결되는 경우이다.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에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
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김수영의‘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의도적으로 ‘않고’를 행갈이 해시적 긴장감을 높였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를, 그립다 말을
 ‘하니’ 그리워.”(김소월의 ‘가는 길’)
‘하니’를 행갈이 해 ‘말을 할까’로읽은 후 다음 행을 읽기까지
낭송에 시간 차가 생기게 된다. 
말을 할까 고민하는 화자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요즘 정치인들 사이에 주고받는 말의 행태를 보면, 
까무러칠 지경이다. 
설령 정당 간에 절박하고 대립적인 상황이 놓여 있다 하더라도,
자그마치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있어야 한다. 
서로 만나면 다시 안 볼 것처럼 으르렁거리고 윽박지르면서 
자극적이고 비속한 말을 마구 구사한다. 
그렇게 막말을 뱉어놓고
어떻게 국정을 논의하려는지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런 말의 그 행간으로 무슨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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