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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꽃~나종영 詩
낭송:박경자
내 몸 부서져 네가 올 수 있다면
내 빈 몸 산천에 부서져
봄날 어느 돌무덤에 쓰러져 짓이겨진
너의 사랑 찾을 수 있다면
나는 모진 바람에 흩어지는
한 떨기 갈래꽃이라도 좋아
밤 깊어 끝 모를 어둠
별빛의 어린 흰 꽃 그림자 밟고
네가 올 수 있다면
나는 어둠 저쪽 끝 새벽별 골짜기
퍼덕이는 작은 새라도 좋아
붕어 떼 속살 드러내며 물 차오르는 임진강가
출렁이는 동해바다 굽어보는 산맥 너머 너머까지
피비릿내 쇠붙이, 소름 돋는 철조망 칭칭 감으며
두동강이 찢겨진 가슴 오, 죽어버린 불가슴
이제 더는 헤어짐이 없이
두 번 다시 갈라섬이 없이
가난한 우리, 한 몸으로 만날 수 있다면
뿌리도 떡잎도 한 몸이던 우리가
전라도 땅 어디 함경도 땅 어디
나팔꽃 환한 비무장 웃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산천의 그윽이 쌓인 흰 꽃 밟고
그리운 네가 올 수 있다면
나는 천 갈래 만 갈래 피맺혀 부서지는
이 땅의 한 떨기 꽃잎이여도 좋아
오월 어느 봄날 가버린 네가 올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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