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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서한
나태주
끝내 빈 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 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새로 국화잎새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안 구석구석까지 밀려오는 저승의 햇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양식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내려오는 등성이에서
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꽃씨 몇 음큼
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소리
가을은 가고
남은 건
바바리코우트 자락에 날리는 바람
때묻은 와이셔츠 깃
가을은 가고
남은건
그대 만나러 가는 골목길에서의
내 휘파람 소리
첫눈 내리는 날에
커질
그대 창문의 등불 빛
한 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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