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아파트 뜰에서
4월, 아파트 뜰에서 김길웅 칼럼니스트 대엿새 비와 미세먼지 나쁨으로 갇혀 있었다. 코로나가 방구석을 지키는 데 내성을 키운 꼴이다. 마스크가 해제됐는데도 외려 써야 한다는 의식이 고개를 쳐드니 모를 일이다. 딴엔 쓰고 나서는 게 편하게끔 된 것이라, 이상한 증후군이다. 이런저런 구실을 달다 며칠 만에 4월의 아파트 뜰에 내렸다. 발을 놓는 순간,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 며칠 어간, 바깥세상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눈부시게 숲으로 덮어 하늘을 가렸던 벚꽃들이 가뭇없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 감쪽같은 변화에 혀를 찬다. 꽃의 자리로 어느새 연둣빛 잎들이 돋아나 실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지 않은가. 눈이 이르는 곳마다 연둣빛 고운 이파리들. 벚나무, 백목련, 단풍나무, 팽나무, 때죽나무, 산수국…. 겨우내..
2023.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