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보 김길웅 시인344 아! 목시물굴 아, 목시물굴! 김길웅. 칼럼니스트 어찌 필설로 다할까. 4·3은 끔찍했다. 70년이 흘러도 상처 깊어 아물지 않는 역사다. 화해와 치유를 내걸지만 무얼 두루뭉수리하게 안고 넘어가는 것만 같아 가슴 아리다. 얽히고설킨 데다 곰팡내 나게 묵혀 뒀으니 풀어내기 어려울 건 당연하다. 4·3은 .. 2018. 4. 6. 341번 버스기사님 341번 버스 기사님 김길웅. 칼럼니스트 나는 한 번도 핸들을 잡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야장천 버스를 탄다. 몇 번 면허를 딸까 망설이다 관뒀다. 버스로도 크게 힘들지 않아 손을 내려 버렸다. 허구한 날 버스만 탔다면 거짓이다. 남 신세를 지면서 그때마다 부담.. 2018. 4. 6. 동물, 영원한 타자(他者)인가 동물, 영원한 타자(他者)인가 김길웅. 칼럼니스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강아지를 발견했어요.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인데 담요에 덮여 낑낑대고 있지 뭡니까.”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의 말이다. 또 혀를 찼다. “이사 가며 아파트 놀이터에 버리고 가기도 해요. 못 키울 거면 .. 2018. 3. 23. 미투(MeToo)의 함정 미투(MeToo)의 함정 김길웅. 칼럼니스트 경남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에 밝힌 8년 만의 고백은 한국 사회를 미투 광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말한다”고. 기습적인 강타였다. 그날 이후, 트위터에서 미투는 2만 건 이상 솟아올랐으며, SNS에서의 고백과 공감의 말들과 열띤 응.. 2018. 3. 23. 김 교수님의 노후(老後) 김교수님의 노후(老後) 제주신보 3월9일자 안경 너머 세상 김형석 교수님은 올해 99세로 백수(白壽)이시다. 노 철학자·노 수필가님 말씀을 인터넷으로 읽었다. 마치 옆에 앉아 듣는 듯 맑고 또렷했다. 읽는 동안 행복했고, 세상일 까맣게 잊을 수 있었던 건 덤이었다. 도산 선생의 강의를 .. 2018. 3. 9. 영춘화 개나리 영춘화 개나리 눈빛 명징한 맵시, 동창 백매가 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게 2월 초. 설한의 꽃은 치열해 다가가기만 해도 숭엄하다. 해토머리, 폭설 속 개화는 기어이 피워 낸 그 결기가 사뭇 색달랐다. 하긴 매화에 한 발짝 앞서 눈과 얼음을 뚫고 피는 꽃이 있다. 복수초. 1월 어느 날, 눈 .. 2018. 3. 2. 골목 풍경 골목 풍경 골목 안 다섯 가호가 한 세상이었다. 우리 집은 고샅에서 들어서며 한 번 꺾여야 닿게 긴 골목의 끄트머리에 있었다. 예닐곱 이웃 아이들에게 골목은 들고나는 길 넘어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일상의 무대였다. 자치기,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땅 뺏기, 구슬치기로 시간 가는 줄 .. 2018. 3. 2. "억새"는 바람에 강하다 "억새"는 바람에 강하다 전해 오는 얘기가 있다. 친구인 억새·달뿌리풀·갈대 셋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길을 떠났다. 긴 팔로 춤추며 가노라니 어느새 산마루. 바람이 세어 달뿌리풀과 갈대는 서 있기도 힘겨웠지만 억새는 견딜 만했다. 억새는 잎이 뿌리 쪽에 나 있다. “와, 시원하고 .. 2018. 3. 2. 삼가서 좋은 말 삼가서 좋은 말 김길웅. 칼럼니스트 글과 말이 넘쳐난다. 예전엔 문맹도 있었고, 사회적 환경이 입단속으로 이어지곤 했지만 이젠 아니다. 고학력에 말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사회로의 진화는 말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현란한 수사의 글과 역동적인 제스처로 거침없이 쏟아 내는 말이 .. 2018. 1. 14. 1월의 굴욕 소한 추위다. 문득 1637년 1월, 병자호란의 섬뜩한 장면이 떠오른다. 청군이 한양 인근까지 쳐들어왔다. 인조는 왕세자와 왕실 가족을 강화도로 피신시키고 후에 강화로 가려 했지만 청군에 길이 막혀 버렸다. 결국 요새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45일간 항쟁한다. 50일치 식량밖에 없었던 절박.. 2018. 1. 5. 이전 1 ··· 30 31 32 33 34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