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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사우

헌시 ~ 그대 곁에는

by 동파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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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신문2024년9월27일)

헌시

그대 곁에는

   항산 김승석 변호사

젊은 날 그대 곁에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있었다.

꽃이 피려고 할 때
비바람이 치듯
세풍에 흔들리지 않고
붓과 먹물만 꼭 껴안고
오로지 한글서예 외길만 걸었다.

새천년 동틀 무렵
저지문화 예술인 마을에
먹내음 붓길 따라
빗물이 곬이 져서 흘러내리듯
스무 해 걸었더니
"파도체"와 "미소체"를 창안했다.
웅혼하면서도 파안대소하는
글꼴은 추사체를 닮았도다.

해는 서산에 기울고
서녁 하늘은 황혼에 물드는데
그대 곁에는
붓과 먹물만이 있고
집도 작품도 없도다.

"나는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든 누구에게 있어서든
네 것은 결코 없다"
라는 진리를 깨달아
무소유의 도를 닦고있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답도다.
그대가 허락하신다면
그대 곁에서 가슴을 열고
그대가 말한 가장 중요한것
"지금.여기(now & here)"
그 화두를 이야기하고 싶구나.

한산선생 보내주신 헌시 옥고를 옮기다
이천이십사년 가을
 한곬 현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