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자력(自力)신앙과 타력(他力)신앙으로 나눈다. 열심히 수행하여 스스로 성불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자력신앙으로 볼 수 있고, 극락세계의 주인이신 아미타불을 신앙하고, 모든 공덕을 닦아서 극락세계에 태어남을 기원하는 정토(淨土)신앙은 타력신앙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회원들이 9년 동안 순례를 떠나 기도를 하며 108염주를 만들어 가는 것은 하나의 자력신앙으로 볼 수 있고 또한 성지순례에 가서 아미타불 부처님께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은 타력신앙이다. 즉 108산사순례는 우리 회원들이 고행을 자처하여 이루어내는 자력신앙과 타력신앙이 함께 공존해 있는 뛰어난 수행법인지 모른다.
우리는 여기에서 자력(自力)신앙이란 말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수행은 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힘을 내어 열심히 기도하여 부처님의 가피를 얻고자하는 것이 바로 자력신앙이라는 말이다. 사실, 지구상의 대개의 종교들은 신에게 의지하는 타력신앙이지만 불교는 자력과 타력이 함께 공존하는 종교이다. 108산사순례는 이 같은 불교의 우수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수행방법인 것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한 달에 한번 씩 도심을 떠나 산사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큰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그 가르침을 되새기는 일, 또한 부처님 전(殿)을 찾아 기도를 하며 불우한 이웃을 돕고 농촌사랑을 실천하며 선행을 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이상적인 수행방법이 ‘108산사순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108산사순례는 기도와 선행을 통해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자기 성찰이 근본 목적이다.
나는 우리 회원들이 가진 그 고달픔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지난 6년 간 순례를 하면서 한겨울의 강추위, 여름의 무더위를 견디며 하루에 몇 백리 길을 달리며 ‘108염주’를 완성하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인내하며 함께 깨달음의 길을 나서는 우리 회원들이 그지없이 나는 고맙다. 그 어려운 길속에서도 언제나 화안애어(和顔愛語)로 마주 대하는 회원들을 보면, 그들이 바로 부처임을 느낀다. 그들은 ‘108산사순례’를 통해 연(緣)을 맺은 보현행원들인 것이다. 나는 그들을 정토(淨土)로 이끄는 반야용선의 선장으로서 그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극락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한 달에 한번 씩 만나는 산사가 극락이며 그 즐거움이 곧 마음속의 극락인 것이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법열(法悅)을 경험하는 그 길이 바로 순례인 것이다. 덧붙이자면, 108산사순례는 불자들을 자력으로 수행의 길을 나서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이것이 바로 진정한 포교의 길임을 감히 말할 수 있다.
경전에 보면 ‘깨달음을 얻은 이들은 모두 부처’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을 얻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다만 잃어버린 자기의 마음을 찾고 궁극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순례를 나서고 있는 것이다. 부처가 되는 것은 나중의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는 어느새 자기 자신이 부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가족을 사랑하게 되고, 불우한 이웃을 돕고 또 농촌사랑을 실천하고 장병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되찾은 사람이 부처인 것이다. 나는 부처가 되어 가고 있는 우리 회원들의 이야기를 가끔 들을 때마다 흐뭇함을 느낀다.
얼마 전에 가입한 회원은 매달 경치 좋은 산사를 찾아 기도하고 나니 정말 눈도 귀도 마음도 즐겁다고 한다. 또한 늘 마음을 괴롭히던 잡념도 다 사라지고 나니 건강도 좋아지고 가정도 편안하고 좋다고 한다. 또 한 회원은 순례가 끝날 때까지 무사히 건강하게 사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다녔는데 예순 여섯 개의 염주를 꿰었다고 한다. 그 염주를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세어보며 부처님께 기도를 하면 마음이 더 없이 편해진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회원들은 저마다 작은 기쁨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부처가 되어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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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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