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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스님

임진년 순례,회향의 참 뜻 되새겨야<법보신문에서>

by 동파 2012.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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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순례, 회향의 참 뜻 되새겨야
2012.01.10 13:56 입력 발행호수 : 1129 호 / 발행일 : 2012-01-11

새해, 우리는 ‘108산사순례’ 첫 순례의 문(門)을 운악산 봉선사에서 열게 됩니다. 불가(佛家)의 문이나 세속의 문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찰의 문은 번뇌가 끓고 망상에 허덕이며 생사의 파랑(波浪)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속계(俗界)와 모든 번뇌와 망상이 가라앉고 청정무구한 본래면목으로 돌아가 자신을 반조하는 진계(眞界)의 경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5년이 지난 이쯤에서 2006년 9월, 첫 입재 후 108산사를 찾아 108참회를 하며 108번뇌를 소멸하고 108염주를 만들어가는 인연공덕을 쌓아가는 신행 단체임을 올해 임진년, 1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되새겨 보고 부처님 전에 새로운 다짐을 하고자 합니다.


모든 일에는 첫 마음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대개 열심히 합니다. 꽃봉오리도 첫 잎을 틔울 때가 가장 아름다우며, 아침 해가 지상에서 솟을 때의 일출도 아름답듯이 사람에겐 언제나 첫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매너리즘이라는 나쁜 습관 때문에 시간이 차츰 흐르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안일해지고 정신이 산만해져 나중에는 급기야 평상심마저 잃어 가고 맙니다. 물론, 우리 ‘108산사순례 기도회’ 회원들의 마음은 그와 같이 않을 것입니다만, 스님은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5년의 순례 동안 지난해 1월 구제역이라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단 한 번 순례를 멈춘 적이 있습니다. 9년간의 대장정은 도인(道人)처럼 자유자재하고 결심이 굳건한 사람일지라도, 한 번쯤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일로 빠지거나 스스로 깊은 회의(懷疑)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첫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지난 12월 우리는 63차 순례를 다녀왔으며 새해에는 64차 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생각하면 우리에게 있어 순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떠나는 그날이 바로 첫 순례인 것입니다. 이 말씀은 첫 번째 우리가 가졌던 그 마음가짐으로 순례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날마다 행복해질 수 있으며 그래야만 순례도 즐겁게 할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스님은 불가에서 회향(廻向)이란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회향이란 회전취향(廻轉趣向)의 준말로서 불교에서 자기가 닦은 선근공덕을 다른 사람이나 자기 수행의 결과인 불과(佛果)로 되돌려 함께 하는 일을 두고 말합니다. 회향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자기가 지은 선근공덕을 다른 중생에게 회향하여 공덕이익을 주려는 것으로서 불보살의 회향과 영가를 천도하기 위하여 독경하는 중생회향과 자기가 지은 모든 선근을 회향하여 보리의 과덕(果德)을 얻는 데 돌리는 보리회향, 그리고 자기가 닦은 선근공덕으로 무위적정한 열반을 얻는 실제회향이 있습니다.


우리 ‘108산사순례 기도회’의 모든 궁극적 목적은 어쩌면 여기에 있으며 산사순례를 가서 올리는 ‘참회의 기도문’도 모두 이러한 3종 회향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참으로 얼마나 깊고 오묘한 진리가 이 속에 담겨져 있습니까? 9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08염주를 다 만들고 나면, 자신이 나와 가족과 이웃을 위해 얼마나 대단한 일을 성취하였는가를 스스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해도 순례를 떠날 때는 ‘108산사순례지’로 떠나던 그 지고지순한 첫 마음, 연꽃처럼 변하지 않는 그 마음만을 계속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스님과 그대들이 함께 맺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들어가는 108염주’는 9년간의 긴 장정 끝에 하나의 염주로 장엄될 것입니다.

 

▲선묵 혜자 스님
인연은 그냥 오는 게 아닙니다. 숙세(宿世)를 거쳐, 사바라는 강을 건너 비로소 하나의 인연으로 맺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스님과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의 한 분 한 분과 맺은 인연공덕은 예사로운 것이 아님을 가슴 깊이 또 명심하고 명심해야 합니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봉선사 큰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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