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치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순례도 끝없는 길을 따라나서는 일이기도 하다. 인생이 그렇듯 길 위에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도사리고 있다. 앞으로 남은 순례 또한 결코 쉬운 여정(旅程)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매달 순례를 나설 때면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때론 우리 오천여명 회원들이 분홍빛 순례복을 입고 부처님 전(殿) 앞에서 고절(高絶)한 참회의 기도를 올리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그 장엄한 모습에 눈시울이 가끔 붉어질 때도 있다. 이렇게 기도란 아름답고 고결한 것인가를 새삼 느낀다. 기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참회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바로 부처가 아니겠는가.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108부처님이 다 들어 있다.
소담하고 아담한 것이 오히려 천년을 견디듯이 산사의 대웅전과 탑들은 모두 천년을 견딘 것들이다. 그래서 바람소리 물소리 온갖 소리들을 다 들을 수 있는 산사에는 항상 불취(佛趣)가 넘치기 마련이다. 이 소리들은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무한 청정(淸淨)한 산소들이다. 부처님 전에 기도를 하며 한 단 한 단 찌든 마음을 내려 놓다보면 어느새 세상과 초탈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그러니 ‘108산사순례’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길인가를 새삼 느낄 수밖에 없다.
사람은 진실과 거짓사이에서 만들어내는 번뇌 때문에 항상 괴로워한다. 산사순례는 이러한 번뇌를 버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자신이 가진 번뇌를 털어내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남편과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애를 쓰다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들에게 있어 산사순례는 때론 삶의 기쁨이 되고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때 끼니를 거르며 좌선삼매(坐禪三昧)에 빠져 여래(如來)의 옹신(甕身)으로서 선(禪)과 교(敎)를 아울러 수행하셨던 진묵 스님은 ‘여련화불착수 여련화불착수 如蓮花不着手 如蓮花不着手’란 설법을 하셨다 .‘연꽃은 더러운 물에 젖지 않는다.’는 뜻이다. 산사순례는 부처님 전에 가서 연등을 밝히는 일과 다름이 없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마치 한 송이의 연꽃이 아니겠는가. 우리 회원들은 결코 더러운 물에 젖지 않는 연꽃인 것이다.
또한 원효스님은 “비록 깊은 산에 가서 마음을 닦지 못할 지 언정 제 나름을 따라 어진 일을 버리지 말라”고 하셨듯이 산사순례는 하나의 마음을 닦고 어진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불교는 구원의 종교이며 깨달음을 위한 종교이다. 수행자들은 이 깨달음을 통해 열반에 이르기 위해 힘든 과정을 스스로 감내해왔다. 부처님이 6년간의 힘든 고행을 하셨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부처님이 겪었던 그 고행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가 9년 동안 산사순례를 하는 것도 어쩌면 부처님께서 하신 그 힘든 고행을 우리가 스스로 체험하기 위해서이다.
벌써 제 56차 대승사 순례(5월26~28일)가 다가온다. 이번 산사순례에서는 특별한 공연을 마련할 예정인데 오는 27일 지난해 타계했던 코미디언 고 배삼룡을 추모하는 ‘추억의 코미디쇼 &품바연극’을 문경시민회관에서 문경시와 함께 합동으로 연다.
고(故) 배 삼룡씨의 양아들로 ‘108산사 순례기도회’홍보 대사이기도 한 이정표 씨와 신세대 판소리꾼인 최형선 씨가 호흡을 맞춰 시원스런 판소리의 매력과 넘치는 끼를 함께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배삼룡 씨의 주특기인 개다리 춤 등을 전수받아 부자 바보연기를 선보였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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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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