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인연’들을 많이 만난다. 부모와 자식, 친구, 스승과 제자, 부부간의 인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연으로 싸여 있다. 나에게 있어 인연들 중 첫 번째 인연은 연꽃 같은 깊디깊은 진리의 가르침을 주셨던 부처님과의 인연이며, 두 번째는 나를 스님의 길로 인도해 주신 청담 스님과의 인연이다. 세 번째는 바로 108산사순례 길에 나선 회원들과의 소중한 인연이다.
사람에게는 매일 매일 만나는 아침이 새롭듯이 늘 이 순간이 새롭다. 이 세상은 내일이면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그것이 인생이다. 우리가 한 달 한 달 마음으로 찾아가는 산사 또한 새로운 인연을 짓는 곳이다. 만나는 산새와 풀꽃, 천년의 탑과 전각, 그리고 부처님과의 만남 또한 경이롭다. 이것은 평생 간직하고도 남을 소중한 여행이다.
나는 지난 4년간 순례기도회 회원들과의 인연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나와 회원들은 결코 풀리지 않는 견고한 매듭처럼, 인연의 끈으로 묶여져 있다. 어디 그것뿐인가? 시간과 거리를 뛰어 넘어 한 달에 한 번씩 물과 공기 좋은 곳에서 도반들을 만나고 스님의 법문을 만나는 기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 보다 더 좋은 인생의 여행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산사순례를 마치고 각자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버스행렬을 마중하고 난 뒤 새삼 깊은 생각에 젖어 들었다. 그 때 나는 참으로 그들과 끊어질 수 없는 인연의 끈을 굳게 맺고 있음을 새삼 알았다. 그동안 염주보시를 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염주 하나씩을 직접 전했다. 물론, 5천여 명의 회원들에게 일일이 염주를 나누어 주는 일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육체적으로도 매우 힘들다. 하지만 한 분, 한 분씩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염주를 건네며 주고받는 미소는 바로 부처님의 미소이다. 이 또한 나의 마음이며 산사순례의 법도(法道)이다. 때문에 우리들에게는 언제나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주 도선사 ‘108산사순례’ 사무실로 뜻밖의 편지 한 장이 날아들었다. 그 감사의 편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원들이 그동안 초코파이를 장병들에게 보시한 것에 대한 오리온제과 임직원 일동이 보낸 것이었다.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을 자사의 초코파이에 담아 나라를 위해 애쓰는 국군장병들에게 따스한 정을 전하고 계시는 선묵 혜자 스님과 5천여 명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님들의 신행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선묵 혜자 스님의 글을 읽으며 초코파이를 받고 행복해 하는 국군장병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져 왔습니다. 국군장병들에게 초코파이가 단순히 작은 감사의 의미를 넘어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위문편지만큼이나 따스함을 준다는 말씀에 자사는 더욱 큰 책임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 편지는 지난 모 일간지에 실린 ‘장병들에게 보내는 초코파이 160만개’라는 에세이에 대한 답례였다. 나는 편지를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어머니들이 행하는 초코파이 보시는 참으로 좋은 일임을 새삼 가슴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하는 보시는 그 어떤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닌 진실로 마음으로 하는 무주상보시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행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한 기업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간지에 실린 기사의 댓글에는 어머니들의 이러한 노력이 장병들에게 대단한 위안이 되고 위문이 된다는 사연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우리 108산사순례 회원들이 행하는 모든 보시들은 상징적으로 사회봉사의 선례가 된다는 평도 있었다.
이렇듯 진실로 우리가 마음으로 보시를 행한다면, 우리는 어느 날 크나 큰 부처님의 가피를 받게 될 것이다. 108산사순례는 스님과의 약속이 아니라 부처님과 자기와의 약속이다. 마음으로 한 곳씩 한 곳씩 사찰을 찾을 때 마다 그동안 자신의 마음속에 낀 죄업과 때들을 벗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