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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러미 거스러미   김길웅, 칼럼니스트 지저깨비, 보푸라기, 군더더기, 거스러미. ‘불필요한 것’이 이  말들의 공통점이다. 노작 과정에서 깎거나 다듬을 때 생겨난  잔 조각 ‘지저깨비’, 종이나 옷의 거죽에 일어나는 잔털 ‘보푸라기’,  쓸데없이 덧붙는 ‘군더더기’, 손발톱 뒤 살 껍질이나 나무의 결에  가시처럼 터져 나오는 ‘거스러미’. 치열한 창작의 손이 털어 놓은 쪼가리거나 전성기가 지난 퇴락과  소진의 기운, 과잉의 군것이거나 간에 그것들은 이미 중심에서  밀려나와 쇠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명이 다해 버려질  허름한 것들, 좋은 것이 쓰다 남은 허름한 허섭스레기다.  그중, 사람을 꽤 성가시게 하는 게 거스러미다.  손발톱의 뿌리가 박힌 자리에 덧나 귀찮게 구는 궂은 살.  거친 일을 하는 손일.. 2024. 6. 14.
문광스님 선가귀감 (12)~도(道)와 술(術), 말세와 참선 (봉은사 경전학교) 문광스님 선가귀감 (12)~도(道)와 술(術), 말세와 참선 (봉은사 경전학교) 2024. 6. 12.
개의 비유법 개의 비유법   김길웅, 칼럼니스트 개는 잘 따르고 용맹스럽다.  또 영묘해 영물이라 말한다.  날카로운 이빨에서 그의 조상이라는 늑대의 야성을 본다.  냄새를 잘 맡으며 귀가 밝아 사냥견이나 군견, 안내견, 마약· 폭약 탐지견이나 목양견(牧羊用)으로도 기른다. 개 없이는 못 산다는 사람도 많다.  목욕을 시키며, 털을 깎아주고, 고운 옷을 입혀 장신구를 달아  치장해주는 세상이다. 이를 보며 시절의 변화를 읽는다. 몇 년 전, 어느 절에 갔다가 혼절할 뻔 했었다. 주지 스님이 삽살개를 방에 들여 친구로 지내고 있다.  송아지만한 몸집에 목털은 말갈기를 연상하게 하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려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뜻밖으로 사람에게 순해 숨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맹수같이 밖으로  내닫지 않는가. 절 .. 2024. 6. 7.
제주호국원 현충일 추념식(69회)에서 편지 낭독과 헌시 위대한 헌신영원히 가슴에국립제주호국원 월남참전 전우   제주 호국영웅 고(故) 고태문 대위의 외손녀인 윤소연씨의 편지낭독이 늙어가는 나의 눈가에서 눈물을 흐르게 만들었고,영정사진이라는  추모 헌시 또한 가슴을 울리게했다.윤소연의 편지 낭독1  영정사진 추모 헌시2 2024. 6. 6.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제주특별자치도 제주 호국원 2024년6월6일 제 69회 현충일을 맞이하여 가랑비가 내리는 한라산 아래 제주호국원에서 오영훈 도지사님과 관계 기관장,6.26 참전 유공자, 월남참전 유공자 등 여러 관계 유가족님과 함께 경건하게 추념식이 있었습니다.대한민국을 지켜낸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산18-1 국립제주호국원  오영훈 제주도지사님의 추념사 2024. 6. 6.
길의 시작 그 탐색⑺ 가을에 아름다웠던 그 길 길의 시작 그 탐색⑺ 가을에 아름다웠던 그 길 김길웅, 칼럼니스트 회상의 공간으로 지워지지 않는 길이 놓여 있다.  서울의 가을에 눈물겹게 아름다웠던 길이다.  눈 감으면 더욱 뚜렷이 다가오는 길,  두 손으로 밀어내도, 온몸으로 닦아내도 지워 지지 않는 길이다.  가을이면 슬며시 다가와 나를 흔들어 깨우는 길을  이젠 아끼는 가리개처럼, 글방 서가 옆에 걸었던 한 폭 민화같이,  어디 눈이 늘 머무는 곳에 걸어놓고 지낼 작정이다. 마흔 살 고비를 돌아 나올 무렵,고향을 떠나 서울서 학원강사를  할 때였다.낯선 도시에서 단과에 뛰어들어 프로 강사들과  쟁하자니 쉽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반포에서 서대문구 학원까지 출근해 네 시간  강의를하고 집에 와 밥을 먹고 다시 야간강의 한 시간을 위해  밤늦은 시.. 2024. 5. 31.
문광스님 선가귀감 (11)~역학(易學)과 한국학(봉은사 경전학교) 문광스님 선가귀감 (11)~역학(易學)과 한국학(봉은사 경전학교)동영상 2024. 5. 30.
은수저 은수저   김길웅, 칼럼니스트 식기 재료로 은은 고급 재료다.  이름값으로 빛난다. 병균 번식을 막는 살균효과만으로도  단연 으뜸이다. 비소 등 독이나 중금속 성분이 닿으면 검게  변해 독살 시도를 막으려 궁중에서 많이 쓰였다.  그래서 은수저는 예로부터 여염집보다는 부잣집의 상징으로  상당히 귀중품 대접을 받아왔다. 자연히 무병장수를 비는  뜻에서 결혼식 때, 아이를 낳았을 때, 결혼 25주년 은혼식  때 예물로 쓰인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계급론에서  흙→플라스틱→놋→동→은→금→다이아몬드로도 윗자리를 차지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다는 말은 부잣집  태생이라는 뜻의 관용어가 됐다.  문득 김광균의 시 ‘은수저’가 떠오른다.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아이가.. 2024. 5. 24.
제주도 "우아미 색스폰 앙상불 동아리" 주최/주관:한국예총 제주특별자치도 연합회후원:제주특별자치도일시:2024년5월17일~5월19일장소: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신상공원 우아미색소폰 앙상불 동아리노년을 우아하고 아름답게 살자는 의미에서 우아미색소폰앙상불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영상 편집 동영상 2024. 5. 22.
영웅은 초년에 고생했다 영웅은 초년에 고생했다   김길웅, 칼럼니스트 7080 어른들은 산업화 이전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초년고생을 겪은 세대다.  그때의 고생을 곧잘 함축한다. “초근목피를 먹었다.” 오뉴월이면 찔레의 새순을 먹고, 고픈 배를 속이려고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삘기를 뽑았다. 남의 고구마밭에 들어가 몇 뿌리  파먹어도 ‘서리’라고 용서하던 시대의 관용이 있었다.  고무신을 신었지 운동화는 구경도 못했다.  보자기에 책을 싸서 들거나 허리춤에 묶고 다녔다.  아, 생각난다. 한 학년 올라갈 때엔, 어머니가 동네를 돌다  이웃 마을에까지 가 헌 교과서를 구해 오던,  그 가난의 숨결은 얼마나 가팔랐나. 어머니가 손수 뜬 무명옷엔  있어야 할 호주머니가 빠져 있기도 했고, 머리를 깎는다.. 2024.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