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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회현동

서울 남산길을 걸으면서 시(詩)을 읊다

by 동파 201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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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우(芭蕉雨) 


                      조지훈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밤을 어디메서 
쉬리라 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둑이는 저녁 어스름
창열고 푸른산과
마주 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밤을 어디메서 
쉬리라 던고 

 

 

진달래꽃 

       소 월


나보기가 엮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분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향   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헐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

하늘에는 성근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산유화(山有花)
              김소월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

 

가는 길

       소 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져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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