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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 김길웅 시인

한 팔의 탁구선수

by 동파 2024.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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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의 탁구선수
 
김길웅, 칼럼니스트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대회였다.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올림픽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의 활약은 놀라운 것이었다. 우리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에 
대해 온 국민이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음은 물론이다. 
무슨 일이든 인과(因果) 아닌 것이 없다. 루소의 말은 이 경우에도 금언이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찜통더위로 집 안에 갇혀 지내며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중계를 시청했을 것이다. 
폭염 속에 누렸던 호사였다. 선수들은 땀을 쏟는데, 한쪽에선 시청을 즐기면서 
겸연쩍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놀라운 장면 하나를 목도했다. 
우리 여자 탁구가 브라질과 단체전 16강전을 치를 때다. 
브라질 한 선수가 장애인이었다. 그것도 오른팔을 절단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충격이었다. 저런 몸으로 어떻게 탁구를 칠 수 있는가. 
하물며 올림픽 대회다. 브라질은 세계적인 축구 강국이다. 
여자 배구도 막강하다. 패럴림픽도 아닌데, 그런 나라를 대표해 장애인이 국가대표 
선수로 나왔으니 얼른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 선수들을 응원도 하겠지만, 그 선수의 경기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보게 됐다.

서브를 하고 있다. 무척 궁금하던 부분인데, 과연 눈길을 끌었다. 
한 손으로 공을 잡고 다른 손으로 쳐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눈이 먼저 가 있다. 공을 왼손에 잡은 라켓 위에 올려놓고는 높이 번쩍 올려 친다. 
스카이서브다. 강력해 보인다. 그뿐 아니라 몸놀림이 놀랍게도 잽싸고 유연하다.

올림픽이다. 국가대표 깜이 아닌데 유니폼을 입을 리가 없다. 
몸이 한쪽으로 쏠릴 때 균형을 잡아주려면 양쪽 팔이 있어야 한다. 
그게 취약점인 것을 선수 자신이 모를 리 있으랴. 그런 걸 기교로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쏟아왔을 게 틀림없다. 선입감 탓인지 공을 놓칠 때마다 표정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상대국과의 승부를 떠나 인간적으로 안쓰러웠다.

한 팔의 탁구 선수 알렉산드로.
일곱 살부터 탁구 라켓을 손에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혈전증으로 팔 하나를 잃은 선수다. 
몸이 온전했다면 놀라운 기량을 뽐냈을지도 모른다. 
운명이라 이르는가. 그의 말이 보도를 탔다.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용감하게 도전했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

경기는 한국의 승리, 브라질의 패배로 끝났다. 
한동안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게 쳐다보다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알렉산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올림픽 뒤 잇달아 열리는 패럴림픽에도 참가한다잖은가.
 ‘세상에는 저렇게 자신을 이기고 견뎌내는 사람도 있구나. 
더욱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는 저 불가해한 실천을 단지 집착이라 할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발 없는 무용수’를 본 적이 있었다. 제 발끝으로 서기도 어려운데
 의족 위에서 무용을 하지 않는가. 쓰러지면 일어서고 또 쓰러지면 또 일어나고…. 
그렇게 수백, 수천 번을 반복했으리라. 정상인 못잖은 자유자재함에 놀랐다. 
의지가 그를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올림픽이 끝났는데도 ‘한 팔의 선수’가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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