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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 김길웅 시인

'삐약이' 신유빈 화이팅!

by 동파 202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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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신유빈 화이팅!
 
김길웅, 칼럼니스트

운동을 못 하면서도 스포츠 중계방송 시청은 좋아한다. 
웬만한 중계는 봐야 직성이 풀린다. 
몸이 달아올라 먹던 것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TV 앞에 앉을 정도다. 
제 딴엔 생활이 너무 밋밋해 경기장의 격렬한 분위기를 불러와 자극을 
주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 같다. 
그중에도 특히 축구 한일전은 빼놓을 없는 것이고, 국가대표 평가전은
 선호하는 메뉴다. 설령 경기 시간이 새벽이어도 개의치 않는다. 
문제는 잔뜩 기대했다가 우리가 패했을 때다.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밤잠이 도망가는 바람에 한동안 뒤척이기도 한다. 
좋은 기술로 원팀이 돼 압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우리 선수들의 활기찬 
모습을 대할 때는 아이처럼 신바람이 난다. 혼자 환호하면서 히죽거리기 일쑤다.

축구는 우리가 아시아의 맹주라 자부해 왔는데, 
요즘엔 일본에게 썩 밀리는 것 같다. 어느 해던가, 일본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3-0으로 완패했을 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던 적이 있다. 
개인의 기량이나 경기 감각, 피지컬, 경기 운영 어느 하나 일본을 압도하는 게 없어 
보여 울화통이 터지는 게 아닌가. 인정할 것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도리기 없다. 
피파 랭킹도 20대로 일본에 두세 계단 뒤져 있는 형편인 게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짐작건대, 일본에 영패하고 귀국하는 선수들도 국민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으리라.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인류가 하나라는 의식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만듦에 올림픽만큼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분야도 없다.

연일 폭염에 부대끼며 견뎌내기 힘든 여름을 살고 있다. 
활활 불타는 여름에 밖 출입은 화를 불러들일 터라 앉아 방석으로 지낸다. 
스무날이 더 된 것 같다. 파적거리로 올림픽 쪽으로 다가앉았다,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에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스트레스 해소에 이만한 명약이 없다. 올림픽 채널에 맞춰 놓고 하루를 즐기고 있다. 
이 더위에 기량을 겨루는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느라 열심이다. 
공기권총에서 금, 은을 차지해 태극기가 한꺼번에 올라가는 감격스러운 장면은 
처음이었다. 순간, 울컥했다.

“해냈다. 삐약이 신유빈 눈물 터졌다. 
탁구 20년 만에 4강행.” 내가 시청한 신유빈의 경기 결과를 보도하고 있었다. 
탁구 한일전이었다. 일본의 에이스, 히라노와 신유빈의 8강전. 신유빈이 3세트를 
잡아놓고 내리 3세트를 내주면서 세트 스코어 3-3. 다시 10-10에 이어 11-11로 
펼쳐지며 마지막 선을 넘고 있었다. 히라노의 회심의 ‘백핸드로’가 네트를 맞고 
나갔고, 때를 놓칠라 신유빈이 추가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판을 매조지었다. 
극적인 명승부였다. 스무살 어린 신유빈은 무너지지 않았다. 강심장이었다. 
준결승에선 최고의 난적인 중국을 만난다. 야무지게 해낼 것이라 믿는다. 
가령 패한다 해도 다음 LA 올림픽이 있다. 
경기 뒤, 신유빈 선수는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를 제 몸이 견뎌줬다.”고 했다. 
정체성이 강한 선수였다. 단체전에서 4강에 진출했다니 일을 낼지 모른다.

한국 탁구의 미래 신유빈 선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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