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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 김길웅 시인

'영웅'은 연습벌레

by 동파 2024.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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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연습벌레
 
김길웅, 칼럼니스트

영웅 얘기를 거푸 하게 된 연유가 있다.
미스터트롯 ‘眞’으로 탄생하던 순간, 임영웅이 울먹이며 
상금 1억원을 어머니에게 드리겠다고 하던 게 떠올랐다. 
감격의 순간, 어머니와 전화하며 느꺼워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다. 
그후 읍내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장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는데, 아들을 만나지 못하는 걸 안쓰러워 해 미장원 앞에
 ‘방명록’을 비치했다 한다. 먼 길 왔다 그냥 가는 노고를 생각해 
아들에게 이름이라도 알리기 위해서였다. 쉽잖은 배려다.

어머니의 회상 한 토막. “한 어머님이 내 손을 잡으시더니, 
말없이 한참을 우십니다. 몇 년을 병상에서 햇빛도 못 봤는데, 
그때 ‘바램’을 듣고 일어났습니다. 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영웅이가 준 힘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하던 미장원을 지금도 하고 있는 
지에 생각이 미쳤고, 그 어간 가수 임영웅의 삶의 변화와도 연관이 
닿을 거라 여겼다. 검색으로 알아냈다. 미장원을 내려놓았단다. 
삶이란 의당 변하는 것이다.

흐뭇했다. 항상 마음이 놓인다. 
초년고생을 혹독히 겪은 임영웅이 아닌가. 
그가 삶에 달고 다니는 얘기가 있다. 
“여러분이 처음부터 주신 사랑을 생각하며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늘, 가수로 거듭난 아들을 보며 느낀다는
 어머니. “세상에 영웅이와 나, 둘뿐이라 생각했습니다. 
한데 TV조선 미스터트롯 결승 무대에 선 영웅이를 보고 알았지요. 
애만 태우던 그 ‘입’으로 아이는 그토록 목말랐던 말을 노래로
 대신하고 있다는 걸. 누구도 혼자가 아니고, 세상을 향해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는 걸. 일곱의 아이가 서로 격려하며 부둥켜안고 
나오는 목소리가 대한민국을 위로와 치유로 보듬어 왔다는 걸.”

누구의 얘기였나. 견디기 힘들고 어려워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건 보이지 않는 ‘영웅’들 때문이라고 했다. 기다림 끝에 모내기 하라 
목비를 내리는 건 신의 섭리다. 무더위를 견뎌야 누렇게 벼가 익어 
거둬들인다. 임영웅을 만난 건 행운이면서 모두의 시절 인연일지도 
모른다.

그는 노래 못잖게 겸손하고 심성이 좋다.
 KBS에서 단독쇼를 하며 억대 출연료를 사양해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는 뒤꼍 얘기가 있다.

“무대 뒤에서 고생하는 제작진에게 조금이라도 나눠주고, 
저는 시청자분들께 무대를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라고 
했다지 않은가. 흙수저에게서나 맡을 수 있는 사람의 냄새다.

임영웅은 연습벌레다. 그냥 나오는 노래가 아니다. 
기교로 희열을 주기보다 우리들 마음을 훔쳐낸다. 
그의 노래가 5월처럼 맑고 청량(淸-チ)한 이유다. 
한 음악가는 말한다. “임영웅은 노래 자체에 군더더기가 없다. 
깔끔하게 노래한다. 겉멋이 전혀 없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가창, 
그래서 느낌이 더 잘 와 닿는다.”

무명 시절에 편의점에서 알바하며 숨어 불렀듯, 
지금 이 순간에도 흥얼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새던 밤을…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눈물로 범벅이 되는 그 노래가 들려온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몸속에서 세포들이 파도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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