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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 김길웅 시인

역시 '임영웅'

by 동파 2024.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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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임영웅'
 
김길웅, 칼럼니스트

「한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도대체 이상하다. 
손님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흥얼흥얼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노래에 빠져 있었다.

무아지경이다. ‘무슨 일인가?’ 손님이 졸지에 관객이 됐다.
 “아저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한데 나와야 할 말이 
나오질 않았다. 흥얼거리듯 스미는 노래가 예사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속삭이듯 노래가 흘러들었다. 
‘잠깐 내 얘기 좀 할게/ 잠깐 내 얼굴 좀 봐 줄래?
’(임세준, ‘오늘은 가지 마’ 중).

그날, 그 노래에 사로잡힌 손님은 편의점 구석에 슬쩍 숨어
 숨죽이며 끝까지 청년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러곤 야단 아닌 박수를 보냈다.」

박수받은 그 청년은 그리 오래 지 나지 않아 ‘영웅’이 됐다.

얘기 속 청년은 궁핍 속에 진화한다. 
가난이 외려 그를 쇳덩이처럼 단단하게 만들었다. 
가수 임영웅의 서사다. 그가 미스터트롯 ‘진’으로 우뚝 서면서 
트롯 대세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빛낸다. 
가는 곳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출연하는 프로는 대박으로 
그가 머무는 곳에 사람이 몰린다.

미스터트롯의 탄생으로 나라가 온통 트롯 열풍에 휩싸였다. 
나이도 성별, 계층, 도농이 따로 없다. 노래를 듣는 이에게 위안을 
주는 그는 감성 귀재다. 2020년 미스터트롯 실시간 
국민투표수 25%를 차지해 초대 ‘진’(1위)이 되면서 전성기의 
포문을 열었다. 2021년에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발매로 
트롯곡 방송 1위 쾌거를 이뤘는가 하면, 2023년 다수의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소위 신이 내린 중저음을 가진 임영웅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전방위 아티스트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모래 알갱이’가 
11주 동안 차트인 기록을 세우며 해외 차트에서도 존재를 드러냈다. 
세대‧장르를 초월한 국내 원톱 가수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음악인들이 득음을 한다고 폭포를 찾는다. 하지만 임영웅은 
자신의 소리를 가졌다. 자기만의 목소리가 그를 감성의 장인으로 
만들었다. 쉼 없는 변신, 귀 기울이면 안다. 곡마다 감미로운 
세계로 우리를 전율케 하는 마법…. 초년의 고생이 신산해선지 
일찌감치 인생을 배워 몸에 밴 덕목이 겸손이다.

노래만이 아니다. 다음 달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의 공연이 
다가오면서, 잔디 훼손 문제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에 “운동장에 
관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 축구팬들로부터 찬사가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좌석 배치도’에 열광했다. 
실제, 운동장 수익 전체 포기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연문화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히어로 임영웅 파이팅!

남을 헤아리고 먼저 공익을 챙기는 그의 일관된 인품은 노래처럼
 한 치의 비뚤어짐이 없다. 그에게 쏟아지는 박수, 박수에 마냥 
가슴이 뛴다.

220만원, 180만원, 170만원…. 누구의 한 달 아르바이트 비용이 
아니다. 임영웅 콘서트의 하루 자릿값이다. 암표로 골머리라고들 
하잖는가. 하지만 가진 게 없어 하루가 어려운 소시민으로선 
공연장에 갈 엄두를 못 낸다. 그래도 역시 임영웅, 그를 아끼는 
우리 국민이다. 그를 희대의 가수로 키웠지 않은가.

서슴잖고 말하노니,
 ‘영웅’이 무척 보고 싶다. 
지상파 3사거나 종편에서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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