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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월남전우회

평안히 영면하소서~현동엽 지음 문선희 낭독

by 동파 202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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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히 영면하소서
                              현 동 엽(제주시지회장)

포탄이 빗발치는 월남전쟁터
아수라장이 되었다 합니다.
죽음의 회오리에 휘말린 우리의 이웃 월남
공산주의의 만행에 짓밟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었습니다
우리도 그들에게 도움받은 적 있었기에

국가는 출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공산주의의 만행에 떨칠 수 없는 적개심
사기는 충천하였고 뜨거운 피 용솟음쳤습니다.
먼- 남쪽 하늘 아래 자유와 평화를 누리던
형제의 나라 월남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데…

아득한 수평선, 몇 날 몇 밤을 지새 다다른 곳
전투가 치열한 어느 전선
역겨운 피 내음 진동하고 질식할 것 같은 무더위
귀를 찢는 포성과 화약 내음 속에
엄습해오는 불안감 공포에 쌓이는데…

팽겨쳐지둣 몸뚱아리 던져진 곳은
미로 같이 험준한 정글 속이었습니다
생지옥 같은 암흑 속에 얽히고설킨 밀림 속엔
헤어날 수 없는 수렁과 검은 늪이었습니다

음산한 안개 속에 빗발치는 포화세례
악을 쓰며 울부짖는 전우들의 
처절한 비명, 그리고
걸음 걸음 앞에 밟히는 전우들의 시신들
예고 없이 뿌려대던 미국 군부대의 선물, 고엽제

아! 고엽제!
이렇게 병마의 씨앗이 될지도 모르고
소나기 줄기 마냥 시원해 한없이 맞았습니다

전쟁이 끝난지도 오래 되었는데…
몸뚱아리는 점점 썩어가고 그 독소는
죽움의 포말처럼 밀려와
우리를 덮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늘이시여!
왜 착한 우리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십니까?
하루속히 괴로움을 거두어 주시고
희망 속에 살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불쌍히 여기시어 치유의 기적을 내려 주소서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소중한 당신들, 정말 아까운 당신들
혼미 속에 그 지옥을 헤어나지 못하고
아련히 고향을 그리며
조용히 죽어 갔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해를 등진 황량한 북극 같은 하얀 밤
구름 같은 잿더미 위에
숱한 핏방울로 흔적을 남기고

어머니!~ 어머니! 부르며 깊은 잠에서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당신들의 삶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살아 돌아오겠노라는 다짐 져버린 채
기다리는 님들의 소원, 끝내 들어주지 못하고
영혼 깃든 한 줌 재가되어 돌아온 곳이
그리던 어머님 계신 고향이었습니다.
이제는 살아 돌아온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또렷한 모습으로 다가와
지난 세월을 울며 웃으며 헤아려 보자 합니다

위대한 영웅이 되신 당신들
그대들이 잠드신 호국원엔 따사로운 햇살이
매일매일 평화롭고 포근하게 내려
비추어 질것입니다.
사랑하는 전우들이여!
평안히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