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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양 중 해 (1927~2007)
제주도 사람들은
수평선 안에서 산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한라산 발치라면 어디에라도 터를 잡고
수평선을 등지면 한라산
한라산을 등지면 수평선
그 누구도
길고 짧은 한 평생을
수평선에 갇히어
수평선 안에서 살다가
수평선 안에서 삶을 마친다.
현곡 양중해 시인은 제주시 화북동 출신이다. 1959년 「사상계」와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제주대 교수로 정년퇴임 후 초대 제주도문화원장을 역임했다.
제주도 문학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지인 박목월 시인과 연관이 있다고 하는 유명한
가곡 ‘떠나가는 배’를 작사하기도 하였는데, 이 시는 탑동 해변공연장 북쪽 입구에
시비로 서 있다. 위 시 ‘수평선’은 제주 사람들이 수평선 안에 갇히어 떠나지 못하고,
섬 어디에라도 터를 잡고 한라산과 함께 평생 살다 생을 마감하는 제주 사람들의 삶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제주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모든 것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하지만 제주의 정체성을 상실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루가 멀다고 달라지는 제주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서귀포시 위미리 동백수목원 카멜리아 홀에 양중해 시인의 기념관이 있다.
가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
(2019년 3월29일 제주불교 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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