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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사우

이중섭(李仲燮)미술관의 봄

by 동파 2017.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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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李仲燮 美術館)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87 (서귀동 532-1번지)
☎ 064-760-3567 FAX : 064-733-3555

2017년4월4일 화요일 화창한 봄날에 방문을했다.

초가에서 미술활동을 하면서 지내온 삶을 볼 수가 있어서 뜻깊은 날이다.

















화가 이중섭이 시인 구상에게

 

상常이

보고 싶구려

사흘만 안 봐도 보고 싶으니

우리는 전생에 형제였나 부부였나

 

집을 갖고 싶었지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 집 한 채면

나 먹지 않아도 배부를 수 있고

마시지 않아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지

 

50년 10월 송도원의 집 폭격으로 불타고

부산 범일동의 하꼬방에 살면서

낮이면 부두에서 하역작업

무얼 짊어져도 자식 굶기는 아비였지

 

제주시까지는 배편으로 서귀포까지는 걸어서

게 잡아먹고 조개 캐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넓고 넓은 바닷가의 오막살이 집 한 채

쌀 사 먹을 길은 막막하였다

 

다시 범일동으로 범일동 판잣집으로

자네는 집이 있지 가족이 있지

아 하늘 아래 나는 집이 없구나

장남 세발자전거에 태우고 노는 상이! 홍洪이!

 

具常兄前 李仲燮弟*

 

*이중섭은 구상보다 세 살이 많았지만 시인의 인품을 높이 사는 의미에서

늘 ‘형’으로 불렀다. 구상 시인의 장남 이름이 구홍이었다.

 


시인 구상이 화가 이중섭에게  외 1편 

이승하

 

중섭이 그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곡기 다 끊고 밤에 술 마시고 낮에 물마시고

헌헌장부 그 큰 키로 성큼성큼 걷는 모습 눈에 선한데

누구도 그대 어디 있는지 모른다 하네

 

사위는 백년지객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대 일본 가서 찬밥 신세 문전박대 당했다고 했지

아내 남덕이와 두 아들 태현이 태성이 눈에 밟혀서

은박지에다 그리고 또 그리고

울다가 엽서에도 그리고

꿈에라도 만나면 그날은 행복했다지

중섭이 도대체 어디로 숨은 겐가

 

그대가 표지 그림 그리고

내가 원고를 모았지, 응향凝香……

그때 우리 참 젊었다 자넨 소를 따라다녔고

난 이남으로 탈출하였지

 

자네 노래 다시 한 번 듣고 싶으이*

테너 목소리, 술집 처마 쩌렁쩌렁 울리던 그 목소리

내 시집에 자네 그림 ?달과 까마귀? 얹고

내 건네는 술잔에 자네 눈물 섞어 마시다

하룻밤 사이 빈털터리 되면

자넨 빚 못 갚는 그림 또 그리고

난 돈 안 되는 시 다시 쓰지 뭐

뭐라도 먹어야 그림 그리지 않나

세발자전거 사주기로 한 약속 못 지킨 게 한이라고

곡기 다 끊고 밤에 술 마시고 낮에 물 마시고

어디로 사라진 겐가 소 눈망울을 한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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