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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찰

하루를 친절과 자비심으로 채우는 비결~무주선원 본연스님(법보신문)

by 동파 202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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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마음공부
본연 지음/담앤북스/224쪽/1만6000원

제주서 자연 벗 삼아 수행·정진하는 본연 스님의 네 번째 산문집
“자비심 가득한 삶 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조언

도심에 살다가 한적한 시골에 들어서면 가슴이 뻥 뚫린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끝없는 긴장의 일상에서 벗어나 비로소 이완을 느끼는 것은 
시골이 주는 환경적인 요인에 있을 것이다. 바로 말없이 우리를 품고 있는 
자연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품이 넉넉하고 허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이완이 되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각박한 세상에서 갈수록 
이런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본연 스님의 ‘미타수행자의 마음공부’는 자연이 주는 넉넉함과 청빈한 
수행자에게 느끼는 허허로움을 함께 담은, 거기에 수행의 벼리까지 담은 
책이다. 읽으면 맑고 깨끗하고 청명한 스님의 삶과 일상이, 그리고 정토로
향하는 정토행자의 기도와 원력이 이슬처럼 맑은 글 속에 알알이 박혀있다.

책은 제주 무주선원에서 수행하는 본연 스님의 네 번째 이야기다. 
스님은 어스름 새벽 2시 40분 하루를 열어 3시부터 본격적으로 일과에 
들어간다. 4시 15분 새벽예불을 마치고 방에 들어오면 새벽기도와 좌선 
한 시간 후 아침 공양을 한다. 오전 8시에 시작된 108배와 송주, 좌선, 
사시기도까지 마치면 11시 30분이다. 점심 공양을 마치면 오후 울력을 
위한 시간이다. 수행 삼아 꽃과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풀을 뽑고 거름 
주며 정진한 결과가 도량에 정직하게 드러난다. 도량은 그대로 극락이다. 

법당과 마당을 오가며 틈틈이 은사스님의 법어집을 정리하며 법공양을 
위한 출판도 한다. 허튼 시간 없이 십여 년의 세월을 충실하게 살다 보니 
어느덧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무주선원은 정갈하고 아름다운 사찰이 됐다.

스님이 제주 향파두리에 무주선원을 연 것은 2012년이다. 
전남 곡성 태안에서 평생을 하루같이 용맹정진하다 
열반하신 청화(1923~2003) 큰스님을 은사로 불문에 들어 송광사 강원에서 
4년간 경전을 공부했다. 이후 기도처와 선원을 오가며 정진하던 중 큰스님의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2003년 제주 서귀포 성산 자성원 주지를 자청해 
4년간 기도하며 차밭과 텃밭을 가꾸며 살았다. 주지 소임을 놓은 후 이곳에 
스스로 선원을 열고 홀로 용맹정진하고 있다.

사실 스님의 일상은 어제와 오늘이 같고 내일도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얼핏 고독해 보이기까지 하는 삶이지만 매일이 행복이다. 
잠시 짬을 내 마시는 원두커피 한 잔의 여유와 8년의 긴 기다림 끝에 열매 
맺은 귤을 보며 느끼는 기쁨이 있기에 삶은 항상 처음처럼 싱그럽다.


스님은 인생에 있어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자비심 가득한 삶을 사는 것이라 
조언한다. 이웃을 위해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는 것. 이런 선한 마음을 일으키면 일상의 시비(是非)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모든 번뇌와 갈등, 망상을 걷어 낼 수 있다. 처음에는 인위적인 혹은 거짓된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끊임없이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지어나가면 
자비심이 조금씩 차오를 것이다. 다만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반복하기를 당부한다. 
그러면 마음에 진심이 쌓이고, 그렇게 쌓인 공덕이 일체중생에게 미치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스님은 매일 아침 다리를 포개고 허리를 세워서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한다. 들숨을 깊게 하면서 가슴으로 온 중생을 끌어안고 
“일체중생의 고통을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라는 자비 서원을 한다. 
그리고 하루를 그 마음으로 살아간다. 이것이 스님이 하루를 여는 진언이며 
서원이며 또한 만트라다.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친절과 배려하는 마음, 자비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성이 도이고 친절이
 도이다. 자기의 업에 대해 정성을 들이고 모든 이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다. 

2장에서는 감사와 받아들임에 대해 밝힌다. 스님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모두 
감사함으로 장식한다. 둘러보면 모든 것이 감사하다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 건강에, 
부처님의 무량공덕을 찬탄하고 회향할 수 있는 신심에 감사한다. 

3장은 수행하는 삶에 대한 행복과 만족에 대해 설한다. 
매일 도량을 가꾸고 마음을 가꾸는 것은 수행이자 일상이다. 
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4장에서는 함께 하는 삶에 대해 속삭인다. 
함께하는 신도들, 큰 가르침을 준 큰스님, 그리운 부모님, 함께 해 준 이들이 
있기에 수행자의 삶이 외롭지는 않다. 

책은 산문과 운문이 번갈아 쓰여 읽기도 쉽고 이해도 빠르다. 
무엇보다 정갈한 글쓰기와 맑은 감동이 있어 읽고 나면 여운이 웅숭깊다. 
정신없이 스쳐 가던 삶이 시나브로 멈추고 잠시 나를 돌아보며 사색에 잠기게 
하는 것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최고의 미덕이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동영상(작년8월 정기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