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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싶은곳

덕길이와 유웅이의 외출(고양시 꽃 축제)

by 동파 2018.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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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게 하소서...
 
           이 해인 수녀

주여, 나로 하여금
이웃의 말과 행동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내 하루의 작은 여정에서
내가 만나는 이의 말과 행동을
건성으로 들어 치우거나
귀찮아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가로막는 일이 없게 하소서

이웃을 잘 듣는 것이 곧 사랑하는 길임을
내가 성숙하는 길임을 알게 하소서
이기심의 포로가 되어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적당히 듣고
돌아서면 이내 잊어버리는 무심함에서
나를 구해주소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못들은 척 귀 막아 버리고
그러면서도 '시간이 없으니까'
'잘 몰랐으니까' 하며 핑계를 둘러대는 적당한
편리주의, 얄미운 합리주의를 견책하여 주소서

주여, 나로 하여금 주어진 상황과 사건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앉아야 할 자리에 앉고
서야 할 자리에 서고
울어야 할 때에 울고
웃어야 할 때에 웃을 수 있는
민감하게 듣고 순응하는
삶의 지혜를 듣게 하소서

주여, 나로 하여금
자신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나를 잘 듣는 사람만이
남을 잘 들을 수 있음을
당신을 잘 들을 수 있음을
거듭 깨우치게 하소서

선한 것을 지향하는 마음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침묵과 고독 속에
자신을 조용히 숨길 줄도 알게 하소서

나는 두 귀를 가졌지만
형편없는 귀머거리임을 몰랐습니다.
사람과 사물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말만 많이 했음을 용서하소서

들으려는 노력도 아니하면서
당신과 이웃과 세상에 대해
멋대로 의심하고 불평했음을
지금은 뉘우칩니다.

매일 매일의 내 작은 여정에서
내 생애의 큰 여정에서
잘 듣고 잘 말하는 이가 되도록
밝고 큰 귀와 입을 갖고 싶습니다.

언제나 이웃을 위해
마음의 귀가 크게 열려 있는
성인들의 사랑을 본받고 싶습니다.

말소리만 커지는 현대의 소음과
언어의 공해 속에서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겸손히 듣고 또 듣는
들어서 지혜를 깨우치는
삶의 구도자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