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한 전우에게 오는 편지
비 한방울 오지 않는 폭염의 건기가 지나고 다시 우기가 되어서 밤이면
서늘할 정도로 시원해진 11월의 석양...
설병장이 전사한지도 1개월이 지나고
오늘도 전지 베트남으로 날아드는 가슴 아픈 편지는 나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셔주었다.
"정병장님! 왜 우리 오빠는 돌아오지 않나요? 지금도 작열하는 월남땅에서
정글을 헤치면서 월남의 평화와 세계의 자유를 위하여 용감히 싸우고 있는
우리 오빠는 죽지 않았지요? 죽지 않았다고 말씀을 하여주세요. 정병장님과
함께 귀국할 수가 있다고 편지를 하여주세요."
나는 편지를 읽다말고 구겨서 호주머니에 움켜 넣고는 하늘만 멍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자꾸만 울먹이고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마구 솟는다.
의식하지 못한 채 또다시 편지를 펼쳐들고 아롱거리는 눈물앞에 편지를 다시
읽어본다.
"살아있지요? 네! 말씀을 하여주세요.
오늘도 정병장님과 함께 남국의 야자수 그늘 아래에서 흘러간 옛날 이야기와
고향의 옛 추억을 이야기 했노라고 말씀을 하여주세요!
우리 오빠도 술을 잘 합니다. 정병장님과 시원한 맥주 한잔씩을하시면서
저희집 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계신거죠?"
편지를 읽을 수가 없다.
필줄 모르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몇번이고 계속 연기를 내 뿜었다.
맥주도 마셨다.
얼굴이 붉어지고 취기가 온다.
"설병장! 너는 정말 죽었단말이냐!
오늘도 너의 동생으로 부터 오는 편지는 어떻게 답장을 쓴단 말이냐!
그 때 너는 나의 앞에 가던 첨병으로 1971년6월28일 먼동이 틀 때 06시 경인가
너쪽에서 쾅하고 폭음이 있었고 우리들은 엄패를 하고 난 한참 뒤에 고개를 들고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 너는 신음을하고있었지... 순간 너의 손을 꼭 잡았을 때
소리 없이 입술만을 몇번 움직이면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설병장! 이렇게 야비하게 설치한 베트콩의 전술에 우리는 희생되고있었다."
그 뒤
설병장 동생으로 부터 오는 눈물자국이 그대로있는 산화한 전우에게 오는
편지를 읽고 답장을하고 있었다.
시간이 가고 세월이 가고 여러 해의 봄과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매년 6월6일
현충일이면 동작동을 찾았습니다.
칠십이 넘었고 백발이 되었고 그 때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그 여동생도 칠순이 되었다.
작년 칠순에 베트남의 그 격전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들 딸에게 살아서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한다고 하고서는 월남 맹호부대
기갑연대 1대대 승전비가 있는 곳 안케전투로 치열했던 638고지를 방문했습니다.
전우여!
산화한 전우여!
당신은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위하여 가셨습니다.
하많은 세월이 흘러 질곡에 쌓인 세월을 살았습니다.
오늘 한잔의 약주를 올리오니 흠향하소서...
승전비 앞에서 독축을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읊으면서 또 울었습니다.
*** ***
월남전에서 우리 젊은 용사는 5099명이 전사했습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잘 살아가는 선진대국이 되었습니다.
나라의 명을 받고 우리는 가담했던 전쟁입니다.
오직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위하는 일념으로 젊음을 투하했었습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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