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병(水兵)은 묵언(默言)으로 답한다
윤 승 호
마지막 귀대 명령을 듣기 전에
나의 임무는 끝났다
그저 조국의 부름을 받았고
명령에 따라 나의 길을 갔을 뿐이다
최후까지 조국을 지키고
조국과 어머니품과 같은 함체를 지키려 꽉 움켜잡고 또 잡았다
가라앉는 함체를 잡은 손이 펴지지 않는다
내가 잡은 함체는 둘로 갈라지어 이어보려 했지만
그래도 나는 마지막 까지
나의 가족을 지키듯 잡고 또 잡았다
나는 조국의 명령을 여기까지 들었고
지금도 그 명령에 따르고 있다
서해바다 속에서
동해바다 속에서
그리고 남해바다 속에서
내 땅과 바다를 지키는 수병으로서 영원히 살아가리라
나에게 명령은 이제 묵언으로 답한다
나의 천륜을 갈라놓은 게 너지만
지금 너에게 무어라 물어볼까
너를 어떻게 원망할까 그저 너에게 되물어본다
이제 이 바다를 지키는 수병은
너의 기억에 남아 있을 때 까지
우리는 서해 바다에 남아있을 것이다
오래토록 나에게 서해 바다를 지키게 해다오
살아남은 내 전우에게
이제 남은 명령은 그대들 몫이오
나의 빈자리에 이리 적어 주시오
최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군인으로 살았다고
그리고 이 모든 답은 묵언으로 답하리
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김 덕 규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 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 UDT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 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대한민국을 보우(保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救援)하소서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大韓)의 아들들을
차가운 해저(海底)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듯한 집으로 생환(生還)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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