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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재원이 주최한 혜국 스님 초청 ‘신심명 강좌’가 9월 9일 개설됐다. |
“지극한 도가 어려운 것이 아니나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다만 미워하거나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리라.(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중국 선종 제3대 조사 승찬 대사가 깨달은 후 지은 『신심명』의 첫 구절이다. 선과 중도 사상의 요체를 사언절구의 게송으로 간명하게 나타내고 있어 선종의 보전(寶典)으로 불리는 『신심명』은 현대 고승 성철 스님이 ‘중도의 총체’라고 했을 만큼 그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불교의 중심사상을 온전하게 담고 있다. 때문에 수행자가 아니라도 불교와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 내용을 보면서 공부 의지를 다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신심명』을 현재 한국불교에서 대표적 선승으로 손꼽히는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이 이 시대 언어로 풀이하는 강좌가 열려 사부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불교인재원이 9월 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혜국 스님의 신심명 대강좌’에는 세간의 관심을 대변하듯, 15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어떤 글이든 먼저 소리내어 읽고 눈, 코, 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운을 뗀 스님은 ‘지도무난(至道無難)’으로 시작하는 사언절구의 첫 구절부터 20번째 구절까지 총80자를 읽어 내려갔고, 대중들 역시 따라 읽었다. 혜국 스님의 『신심명』 강설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일반 법문이 아닌 강좌를 연 혜국 스님은 “『신심명』은 깨달은 사람의 언어이기에 성철 스님에게 강의를 들을 때는 몸이 오싹했었다”면서 “내게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강좌가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기본선원에서 『신심명』 강의를 몇 년 할 때도 이것을 인간의 언어로 어떻게 바꿔서 말할 수 있을까 하고 고심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깨달은 이의 언어를 어떻게 풀어낼까에 대한 고민도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과연 10개월만에 다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는 우려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님은 이 강좌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사회의 학문은 기본이 있어야 다음 것을 배울 수 있으나, 불교는 마음의 벽만 허물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들을 수 있다”며 대중들이 마음의 그릇을 비우고 강좌에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자기집착’을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결국 대중들이 강좌에 참여하기 전에, 그리고 강좌를 들으면서, 또는 강좌를 들은 후에 집착을 버리는 훈련을 함으로써 수행의 길을 가야 한다는 당부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선어록은 이해를 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면서 선어록을 대하는 자세가 앎이 아닌 깨달음을 향한 구도의 여정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대중들에게 있어서 날마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수행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혜국 스님은 이날 깨달음의 언어를 들을 수 있는 길로 가는 것을 서원하며 연비를 하고, 소백산에 들어가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자세로 용맹정진했던 자신의 수행이야기와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곁들여 『신심명』 강좌를 이끌어 갔다. 때문에 대중들은 『신심명』 속 깨달음의 표현을, 현대 고승 성철 스님과 현시대 대표 선승의 수행이야기를 통해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수행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혜국 스님의 강설은 앞으로 10개월 동안 매월 두 번째 수요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 따라서 대중들은 “믿는 마음은 둘 아니요 둘 아님이 믿는 마음이니, 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과거, 미래, 현재 또한 아님이라.(信心不二 不二信心 言語道斷 非去來今)”로 끝맺는 146개의 사언절구를 배우게 된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014호 [2009년 09월 15일 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