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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고려산 억새풀 능선
***17세기 어느수녀의 기도*** |
주님... |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 버릴 것을 |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
벗어나게 하소서... |
저를 사려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
저도 결국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
아예 입을 막아주소서... |
내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 줄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
제 기억력을 좋게 해주십사고 감히 청할 순 없사오나 |
제게 겸손된 마음을 주시어 |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
성인까지 되고 싶진 않습니다만 |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
능력을 주소서... |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
아멘. |
-작자 미상(17세기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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