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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아가가

by 동파 202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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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가

 

고성기 시인

 

이제야 알았다.
어머님이 왜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아가가’ 했는지를.
그렇게 무심하게 불효자는 세월만 보내고, 어머님 돌아가셔서 4주기 기일 날
초헌관으로 잔을 올리고 배례한 후 일어서면서 나도 몰래 ‘아가가’ 소리를
내고 만 것이다 .
나의 불효를 이렇게 꾸짖어 가르치시는구나 하고 후회했을 땐 이미 늦었다.
힐끗 집사하는 아들 얼굴을 봤다. 큰 관심 없는 것 같았다.
아들은 늘 건강한 아빠가 순간 허리가 삐끗한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너도 내 나이 돼 봐라’이렇게 생각하며 삭였다.

영면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다.
돈 벌어 모으는 것만 알았지, 마음 편히 그 귀한 돈 한 번 써 보지도 못하고 눈 감으셨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왜 일어설 때마다
‘아가가’ 하는 걸까
어머님 4주기 기일
영정 앞에 재배하고
저절로
터져 나온 소리
아가가 !
이거였구나.

 

이렇게 짧게 쓰고 나니 더 짙게 밀려오는 후회가 크다.
비단 나의 어머니만이 아니다. 척박한 땅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다 그랬다.
내 젊은 시절 어머니는 나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남자는 자기 나이만큼 돈을 넣고 다녀야 한다.’라고 말하며 숨겨놓았던 만 원권 지폐
서너 장을 쥐어주시곤 했다.
당시는 카드가 없었을 때니까 내 나이 서른이면 지갑에 30만원은 넣고 다녀야 기죽지 않고
사내구실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남자는 나이만큼 지갑이 두둑해야지
머리맡에 숨겨놓았던
오만 원 쥐어주시던
온종일
비만 내린다
흠뻑 젖은

어머님 기일
덜렁 카드 한 장 얇아진 지갑 속에
선 보리밥 같은 마음
대신 넣고 다닌다
씹어야
단물 가득 고이는
그 말 한 마디
'아련하다‘’

 

네 번째 시집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를
엮으며 어머니에 대한 시들을 모아 실으니 그간의 불효를 조금은 씻은 것 같다.

늦가을의 시작 11월이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안타까워 속 타는 게 나만은 아닌 것 같다.
얼굴이 노랗게 질려버린 은행나무도, 속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단풍나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이 비단 나뿐일까 이렇게 날씨가 싸늘해지면 찾아오는 손님 ‘독감‘
아, 예방접종은 맞아야 하는 건지?.
대통령까지 나서니 더 불안하다.

 

어머니!
감기도 코로나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땅 아래는 아예 쳐다보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