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택, 혜향문학회 회장
사랑의 영웅들
한철용 장군 작가의 ‘사랑의 영웅들’을 읽고
제주신보
승인 2020.04.16
김정택, 혜향문학회 회장
조정철(1751~1831)은 조선의 당쟁과 유배의 역사에서 여러 가지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제주 여인 홍윤애와 유배객 조정철의 삶은 어떻게 재구성돼야 하는가?
역적의 낙인이 찍힌 ‘귀양다리’ 조정철을 사랑한 홍윤애는 연인을 살리려는
일념으로 목숨을 바쳤다. 위대한 사랑이 역사의 기록을 넘어 문학으로
그려질 때 사회일반에의 너른 확산이 가능하다. 수평선 끝 제주도에 순애보를
그리는 이유이다.
한철용 작가가 저술한 장편 ‘사랑의 영웅들’은 ‘탐라 의녀 홍윤애와 유배 선비
조정철’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까만 표지에 금색 표제가 깔끔하다.
‘사랑의 영웅들’을 받아든 순간 설렘과 떨림, 그리고 호기심으로 입안에 침이
마르는 느낌이었다.
‘사랑의 영웅들’은 소설가로 막 등단한 무인(武人) 한철용의 구성력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 작품이어서 쉼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어느 곳에서는 무릎을 쳤다. 유배생활의 묘사가 작가의 시 해설로
끝나버린 아쉬움 섞인 한 숨도 있었다. 문학적 표현에 부드럽지 못한 점이나
구성력에 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글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홍윤애의 순애보가 왜 아직 문학작품 장편소설로
쓰이지 않았을까?”하고 안타까워했다. 이 소설의 핵심은 홍윤애와 조정철의
슬픈 사랑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조정철의 29년간 유배생활의 비애와 240년
전 탐라 제주의 실상을 몽땅 담아내려 했다.
글쓰기가 단순한 허구만이 아니라 제주 알림임을 깨닫는 순간 작가는 찬찬히
탐라 제주의 역사와 풍속, 그리고 인물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과연 소설가로서 거듭남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주목되는 바는 전체 글을 진행하면서 장치한 두 가지 특징이다.
하나는 시의 해설인데, 관련 고사(古事)와 시대 사회상에 대한 이해를 밀도
있게 풀었다. 다른 하나는 칼럼으로, 제주사 속에 나타나는 특정 사실,
혹은 조정철의 행적에 대한 해설이 필요한 부분을 간명하게 정리했다.
조정철은 홍윤애의 장례행렬이 떠나는 소리를 멀리서 들으며 “성녀(聖女)와
같은 사람과 진짜 사랑다운 사랑 그리고 성스러운 진한 사랑을 했노라고
자신에게 고백했다. 꼭 살아남아 그녀의 못다한 삶을 대신 살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는 저자의 표현은 적실했다.
제주성(濟州性)을 잃지 않을 장치가 그 안에 그려져 있었다.
저자는 보충할 곳이 어딜까 살필지 모르지만 안심해도 좋겠다.
두 사람의 생애를 이 정도 갖추어 담아낸 것은 한철용 작가를 만나서 가능했기
까닭이다.
조정철은 해배 후에 다시 복관돼 형조 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어려운 시대 상황이었지만 제주목사로 자원하였고, 부임 전에 이미 비문을 지어
건비할 계획과 묘소참배를 3사에 밝혔고 순조 임금의 흔쾌한 승낙까지 받아내었다.
홍윤애에게 의녀(義女)의 존칭을 부치고 후배(后配) 정부인으로 복권하여 36년
전에 조정철의 꿈대로 이루어 간다. 홍윤애에 대한 맛깔스런 설정이었다.
숨죽이며 전권을 읽고 나서 감사와 함께 큰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해배 31년 만에
조정철은 자기를 위해 참혹한 죽임을 당한 의녀 홍윤애에게 위령제를 지냈고
추도문과 추모시를 세긴 비석을 세웠다. 추모비문은 유배문학의 꽃으로 알려졌다.
가엾은 홍랑이여, 나는 영원한 로망의 주인공의 생애와 생각을 제대로 읽은 것일까,
어쩌면 이번 작품은 작가 자신이 스스로 짊어진 숙제일지도 모른다.
한철용 작가의 ‘진실은 하나’를 기틀로 영화 ‘연평해전’이 공전의 히트작으로 부각된
것을 보면 이 소설도 춘향전에 못지않은 제주의 순애보로 이름을 날릴 것이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일반에 두루 읽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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