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서울 중구 회현체육센터가 있는 회현동을 출발하여 서울 남산 시(詩)가 있는 벚꽃 길을 산책하는
나만의 운동 코스가 있다. 겨울에는 이 길을 걷지 못하고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씩은 걷는 운동을 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서울 남산의 벚꽃 길이다.
파초우(芭蕉雨)
조지훈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밤을 어디메서
쉬리라 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둑이는 저녁 어스름
창열고 푸른산과
마주 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밤을 어디메서
쉬리라 던고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아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뚜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진달래꽃 |
나보기가 엮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
영변에 약산 |
진달래꽃 |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
가시는 걸음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분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
나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
산유화(山有花)
김소월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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