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목월 시 난(蘭)> ◈
난(蘭)
박 목 월(1916-1978)
이쯤에서 그만 하직(下直)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蘭을 기르듯
哀惜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하게 살아가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
머금고 싶다.
♣이별의 노래-박목월詩,김성태曲-백남옥/수원시립합창단♣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에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메조소프라노 백남옥
김기영 편곡 - 수원시립합창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