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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숭례문 -김남조 시-

by 동파 2009.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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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례문 / 김남조     
    
지나가려느냐 배고프진 않느냐     
간절하게 보내고, 가는 길 아슴히 바라보는     
아아 그 숭례문     
송별의 대왕이시여     
    
나라 성문의 맏형이자     
나라 보물의 으뜸어른이여 숭엄하도다     
사무쳐 고통스런 우리 사랑이어라     
    
육백세 고령이신 몸이     
홀연 불 질러져 불의 태풍 속에     
소신공양이라니.     
그러나 역사의 영혼이 천벌보다 먼저 당도하여     
거룩한 뼈는 구했으니     
우리 몸의 살 비듬에서     
정갈한 한지 한 장씩을 울음으로     
그 뼈에 입히나이다     
    
불멸의 숭례문이여     
순결한 큰 가슴이여     
불과 재를 털고 일어서는 새 생명의 영험으로     
온 세상의 아픈 이를 고치는     
치유와 가호의 대문 되옵소서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는     
신의 수명이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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