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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 김남조
지나가려느냐 배고프진 않느냐
간절하게 보내고, 가는 길 아슴히 바라보는
아아 그 숭례문
송별의 대왕이시여
나라 성문의 맏형이자
나라 보물의 으뜸어른이여 숭엄하도다
사무쳐 고통스런 우리 사랑이어라
육백세 고령이신 몸이
홀연 불 질러져 불의 태풍 속에
소신공양이라니.
그러나 역사의 영혼이 천벌보다 먼저 당도하여
거룩한 뼈는 구했으니
우리 몸의 살 비듬에서
정갈한 한지 한 장씩을 울음으로
그 뼈에 입히나이다
불멸의 숭례문이여
순결한 큰 가슴이여
불과 재를 털고 일어서는 새 생명의 영험으로
온 세상의 아픈 이를 고치는
치유와 가호의 대문 되옵소서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는
신의 수명이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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