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리가 없다. 봄인데도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한파의 기운이 잦아 들 기미가 안 보인다. 실직은 늘어나고 취업은 바늘구멍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 엄마나 아빠가 없이 사는 아이,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의 끼니 걱정 그리고 사업부도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괴로운 가장들의 한숨. 자신의 뜻대로 세상 일이 되지 않는다는 괴로움에 행복은 마치 다른 세계의 사람들만의 것처럼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은 3월 25일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000여 사부대중에게 본디 내면에 있는 행복을 알아차리고, 그 에너지를 세상을 바꿔나가는 데 사용하라고 설했다.
살인, 강간, 자살 등 세상에 무서운 일들이 횡횡하고 있어 생활이 어렵다. 돈 몇 푼에 사람을 죽이고 죽는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다. 대중이 물었다. 가르침이 필요했다. 스님의 대답은 오히려 차분했다. “참회합니다.” 그리고 대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 모두가 현재를 만들었습니다. 돈, 돈, 돈만 생각하고 좇고 있지요. 자식을 왜 의사를 시키고 싶습니까. 환자를 위해서인가요. 돈을 많이 버니까 시키는 것 아닌가요? 사업에 실패해 돈 벌길 없는 사람은 어쩌겠습니까. 납치라도 해서, 뺏어서라도 벌어야 합니다. 우리가 자초한 화입니다.”
참회할 일이다. 자초한 혼란을 두려워하거나 도망갈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스님은 경책했다. 오늘날의 경제 위기는 돈에 집착한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거품이 빠지는 것이다. 거품 속에 행복했다고 믿는 삶은 더 척박해진다. 백척간두다. 벼랑 끝에 선 형국이란다. 그러자 의미심장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자기 이익만 좇는 사람들의 본성이 이렇게 만든 것 아닌가. 부드러우나 강력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남 탓하지 마라.
어렵고 흉흉한 세상 우리가 만들어
고통받는 이웃돕는 게 수승한 공양
“남을 위한 배려를 가르쳤나요?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교육이 아닌 지식을 가르친 겁니다. 교육은 인간의 품성을 가르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고 자꾸 개인화되고 이기주의로 빠지는 거예요. 혹시 자신은 배웠나요? 본인 문제에만 매달려 한 번이라도 굶는 사람을 생각했나요? 인연 과보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은 자기 밖에서보다 자기 안에서 더욱 가증스럽고 잔혹하다. 자신의 본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스님은 자식이 희귀병에 걸려 괴롭다는 이의 호소에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 잡으라 권했다. 괴로움의 원인은 아이가 아니라 아이의 희귀병을 피하고 도망가려는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세상에는 제 자식이 아닌데도 희귀병을 앓는 아이들을 돌보는 신앙인들이 있다. 그네들은 그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이 하늘에 가는 지름길이라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정성껏 돌보고 아이들이 목숨을 마치면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한단다.
들여다보자. 괴로움은 나의 마음작용에서 온다. 결코 자신의 전생 업 때문이 아니다. 업이라면 달게 받아야 한다. 관음보살에게 다 책임지고 맡기며 자신은 도망가려 하니 괴롭다. 병을 고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희귀병이면 치료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아이를 정성껏 돌보는 것이 눈물만 보이는 어머니보다 아이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야 더 행복하다. 그것은 매일 부처에게 올리는 공양이다.
경제적 어려움, 실직, 이혼, 병 등등. 괴로움은 주위가 변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결이 돼야 속이 시원하다. 술 먹는 남편은 술을 안 먹어야 하고, 잔소리하는 시어머니는 잔소리를 안해야하고, 경기가 회복돼야 일자리가 늘고…. 그것만이 해결책이라 씨름하고 있다. 그래서 괴롭다.
남편의 죽음이 견디기 힘든 이가 물었다. 후회되니 남편이 돌아만 온다면 잘하겠노라고. 스님은 조용히 꾸짖었다. 후회는 뉘우침이 아니다. 뉘우침은 잘못한 사실을 깨닫는 것에 멈추고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거울삼아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후회한다. 뉘우친다면 당장 가족들과 지역에 있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돌보는 데 사랑을 쓰는 것이 행복하다고 스님은 제안했다. 적극적으로 삶을 영위하고 본디 마음에 있던 행복을 찾아 그 에너지를 나눠야 건강하고 건전한 생활을 찾을 수 있다고. 원래 괴로움이란 없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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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본래 자신 안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라”는 법륜 스님의 설법. 조금씩 깨닫는 대중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다. |
자신이 만든 헛된 망상도 행복을 가리는 구름에 불과하다. 스님은 끊임없는 자기 마음 점검이 중요함을 설했다. 그리고 자신부터 변해야 그 에너지가 세상을 바꾼다고 거듭 강조했다.
“어린 마음에 불교를 사랑한다고 개혁을 부르짖던 때가 있었습니다. 조계종 큰스님인 청화 스님을 우연히 뵙고 1시간 동안 개혁만이 살길 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님은 묵묵히 얘길 다 들으시고 한 마디 하셨지요. ‘어떤 한 사람이 언덕 밑에 앉아 그 마음을 청결히 한다. 그 사람이 중이고 불교다.’ 타락한 불교라는 생각에만 사로잡힌 것을 경책한 겁니다. 마음이 청정한 것이 개혁이고 불교이자 그 곳이 모두 절인 것이지요.”
스님은 자신부터 청정해지고 자유로워야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괴로워하지 말고 한 생각 돌려, 좀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으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스님은 여래에게 올리는 공양과 똑같은 네 가지 공양을 설명했다. 배고프고 굶주린 사람을 먹여 살리고 병들어 고통 받는 이를 돌봐주며, 가난한 이를 돕고 괴로운 자를 위로하며, 청정하게 수행하는 수행자를 잘 외호하는 것이 수승한 공양이라 했다.
“여러분들은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팽개치고 함부로 하지 마세요. 주어진 상황에 홍수에 쓰레기 떠내려가듯 휩쓸려 흘러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힘을 키우고 그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쓰시기 바랍니다.”
최근 하버드 대학 교수들이 30여년 간 행복감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행복을 느끼는 친구가 1.6km 안에 살면 자신의 행복감이 25% 늘어나며, 행복감을 느끼는 이웃이 옆에 살면 34%, 행복감을 느끼는 형제나 자매가 근처에 살면 14%의 행복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한파로 모두가 어렵다. 그러나 올해 내 가족과 친구, 이웃들에게 얼마나 많은 행복을 전했나. 아직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늦지 않았다. 따듯한 마음이 행복으로 바뀌어 돌고 돌아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 올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자신의 행복이다. 다만 그들의 행복으로 자신이 또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돌아볼 일이다.
마음이 아플 때 부와 육체적 건강은 슬픈 위안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거울은 절대 먼저 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