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모음

가을이면 앓은 病

by 동파 2006. 11. 4.
728x90
    '가을이면 앓는 病' 가을이 오면 가을 女子는 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고 가을 男子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길 원한다. 가을 女子는 홀로 떠난 여행 길 어느 낯선 간이역 플랫폼 마지막 열차가 남기고 가는 비명 속에서 이미 전설로 남겨진 '잃어버린 여자'를 환생시키며 온전히 홀로된 고독에 묻히고 싶어 한다. 엷은 카키색 버버리 코트 깃을 세우고 어둠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텅 빈 플랫폼에서 후드득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도 가을여자에겐 전혀 허물없어 보인다. 때로는 孤獨한 女子가 아름다울 때도 있지 않던가? 가을 男子는 갓 잡아 올린 등 푸른 생선의 비늘처럼 찰랑거리며 윤기 흐르던 미류 나무 광채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메마른 수수깡처럼 가슴이 푸석 해진다 . 가을 女子가 '잃어버린 여자'를 환생시키고 있을 때 가을 男子는 기억의 저편, 신화처럼 살아있는 오월의 장미를 기억해 내며 목젖으로 올라오는 쓸쓸함을 삼킨다. 가을 女子는 홀로 떠난 여행길에서 '女子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옥죄는 결박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깊숙이 숨겠노라 다짐하지만 그건, 늘 꿈꾸는 일상의 희망사항일 뿐 숨 죽였던 생명들이 소생하는 새벽이 오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첫 차를 탄다. 가을 男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 곱게 물든 어느 해 가을 산기슭에 흘렸던 장미의 눈물을 기억하며 마음의 지도를 꺼내놓고 추억을 더듬어 가지만 가냘픈 신음소리만 귓가에 맴돌 뿐 회상할수록 장미의 모습은 흐릿하게 멀어져간다 홀로 술 마시는 가을남자는 그래서 더 쓸쓸하다 가을 女子가 가을 男子가 가을이면 앓는 病. 가을에는 다 그렇다. - 가을의 전설 칼럼 중에서 -

     

     

    12357

     

    '좋은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게 당신은 첫눈 같은 이  (0) 2006.11.22
    가장 좋은 나이  (0) 2006.11.21
    [스크랩] 내가 다시 사랑한다면  (0) 2006.10.27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0) 2006.07.21
    오늘은 쉬십시오  (0) 200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