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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우리 어머니

by 동파 2006.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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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우리 어머니

  얼마 전 우리는 하인즈 워드 열풍에 휩싸였다. 온 미국이 열광하는 수퍼볼에서 MVP를 수상한 하인즈 워드의 어머니가 한국계였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야구와 축구보다 풋볼을 더 즐긴다. 섬세한 테크닉의 야구도 크게 사랑받지만 힘과 기술의 와일드한 풋볼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 풋볼리그의 영웅이 한국계라니, 우리는 망외의 자부심에 뿌듯했었다. 더욱이 막일로 생계를 꾸려갔지만 아들을 당당하게 키우기 위해 정부 지원금도 마다했다는 한국계 어머니 김영희 씨의 훌륭한 아들 뒷바라지 비화가 또한 우리를 감격시켰다. ‘저는 어머니에게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 정직과 신뢰, 무엇보다 겸손과 사랑을 배웠습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은 어머니입니다.’ MVP 하인즈 워드의 어머니에 관한 칭송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우리는 세계 주니어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로 하여 또 한 번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1백년 만에 피어난 꽃’이라며, 피겨스케이팅 도입 1백년 만의 국제대회 첫 우승의 쾌거를 기렸다. 그 우승 뒤에도 또한 억척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 박미희씨는 9년 동안 연아의 훈련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챙기며 함께 뛰어, 마침내 큰 결실을 맺은 것이라 했다.
  여기서 ‘청구야담’의 어머니로 돌아가 보자.
  옛날 한 여염집 과부가 있었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윈 여인에게 젖먹이 두 아들이 있었다. 집이 곤궁해 끼니거리가 걱정이었다. 하루는 남새나 갈아 생계를 삼을까 해 밭을 일구다가, 호미 끝에 무엇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서 보니 네모반듯한 덮개 모양의 돌이었다.   돌을 드러내 보니 밑에 큼직한 단지 한 개가 있었다. 그 단지 안에 은이 가득했다. 잠시 생각하던 부인은 얼른 단지를 닫고 돌 덮개를 덮었다. 흙을 모아 묻어 표 나지 않게 해두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입 밖에 내 말하지 않았다.
  집이 비록 찢어지게 가난해도 두 아들을 정성으로 가르쳤다. 문필이 넉넉하고 도리를 알며 사리에 밝아 형은 선혜청의 서리가 되고, 아우는 호조의 서리로 입신하였다. 가세가 쭉 피었고, 손자도 열여덟을 두었다. 어느 날 부인은 아들과 며느리·손자들까지 데리고 후원으로 갔다. 흙을 헤치고 은 항아리를 파냈다. 은을 보자 모두 놀랐다. 노부인의 말은 더 기가 막혔다.
  “30년 전, 내가 이 은을 캐내 팔면 부자가 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허나 강보에 싸인 두 자식을 생각하니, 욕심을 낼 수가 없었다. 지각이 나고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는데, 만약 내가 이것을 캐내어 부자로 산다면 곤궁은 면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장래가 걱정이었다. 집이 부자인 것만 익숙히 보고 세간의 어려운 일은 알지 못해서, 호의호식하며 사치에 젖어 교만한 습성을 기르면, 어찌 즐겨 스승에게 나아가 머리 숙여 공부하려 했겠니? 주색과 잡기에 빠질 건 빤히 눈앞에 닥칠 일이라. 그래서 보고도 못 본 척하고 곧 덮어버렸다. 너희들로 하여금 굶주리고 추운 고통과 재물의 아까움을 느끼게 하여, 잡기에 뻗칠 겨를이 없고, 주색은 감히 생의도 못하고 오직 글공부만을 열심히 하고 생업에 부지런하도록 했더니라.”
  아들과 며느리들은 어머니의 깊은 뜻에 다만 머리를 숙일 따름이었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82%로 세계 최고라고 한다. 미국이 63%, 일본이 49%라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고교 졸업생 82%가 진학하는 대학에서는 그럼 우리 어머니들이 가르치는 것을 반이나마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유 익 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