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동보 김길웅
한라산
김길웅 시인
몇번 올랐다 재지마라
전날 발 담갔다 떠나간 사람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얼굴인데
산이 듣는다,아는 체 마라
산엔 아직 열지 않은 것
혼자 품은 말, 혼자 꿔온 꿈,
혼자 추는 춤,
산정에서 혼자 외우던 대사가 있다.
아직 들려주지 못한 노래가 있다.
아는 체하면 돌아앉는다
네 앞으로 드러난 어깨와 등을 바라보아라
산은 푸르지만 천하 강골이다, 힘있다
좀체 입을 열지 않는다
천년 침묵 속에
속울음인들 어찌 없었겠느냐
고작 몇 번 올랐다 아는 체 마라
언제, 산이 네게
무슨 말 한마디 걸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