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울고 슬퍼해도 됩니다
송 재 민
제주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제주일보 2월20일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어머니한테 화내고 불효했던 것만
생각이 나 하루 종일 웁니다.
주변에서 어머니 물건도다 치우고 어머니 이야기도
못하게합니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분들이 슬픔을
가득 안고 진료실에 찾아올 때가 있다.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우는 분도 있고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했다며 화를 내는 분도 있다.
죽음이란 다시 만날 수 있는 어떠한 가능성도 남겨
놓지 않는 결정적 사건으로 그 충격은 당연히 클 수 밖에 없다.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의 상실도,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과의
이별도 나에게는 큰 파도가 돼 다가와 나의 삶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이렇게 아프고 힘든 죽음이라는 사건은 아무리
우리가 피해가려고 해도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경험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잘 받아들이게 되면 나중에 나의 죽음이
다가올 때 더 잘 삶을 마무리하고 준비하게 될 수 있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 우리가 우리의 삶을 잘 살아가려면 우리가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하고, 울어야 한다.
처음에는 죽었을 리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고,
화를 낼 수도 있고, 우울과 슬픔에 빠질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어야 한다.
그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기간도 다를 수 있다.
많이 사랑한 만큼 많이 아플 수있고 많이 슬퍼할 수 있다.
그때는 그냥 아파하고 울어야 한다.
진료실에찾아온 분들이 눈물을 참으려 할 때,‘그냥 우세요’하면
펑펑 울고는 이제덜 아프다고 하는 분도 있다.
충분히울고 충분히 애도해야 어느 날부터눈물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사람을 기리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도 좋다.
돌아가신 언니가 좋아하던 예쁜 가방을 내가 쓰니 언니와 함께
한 좋은 시간들이 생각나서 편안하게 언니를보냈다는 분도 있고,
함께 가기로 했다가 못 가본 곳에 사진을 들고 가서 여행을 하고
아쉬움이 조금은 줄었다는 분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로
힘들어 하는 분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빨리 잊는 게 좋다고 하며
죽은 사람 이야기도 하지 말라하고 고인의 물건은 다 버리라는 등
회복을재촉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다 다를 수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받은사랑은 나에게 남습니다.
죽음으로인해서 지금 내 곁에서 말을 건내고 손을 잡고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사랑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힘이 되고큰 버팀목이 돼 내가 잘 살아가도록해 줄 것이다.
지금 곁에 없지만 날 사랑해 준 그 분이 생각 나신다면
그냥우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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