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보 김길웅 시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by 동파 2020. 8. 28.
728x90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김길웅 칼럼니스트

 

“미스터트롯 콘서트예요.” 8월 21일 밤 10시, 건넌방에서 오는 소리에 책을 덮었다.
일 없는 내게도 금요일은 느긋하다.

며칠 전 열렸던 미스터트롯 대국민감사콘서트였다.
나라를 휩쓴 물난리로 상처가 아물지 않은 데다 코로나19에 전 지역이 뚫려 심각하지만,
TV 앞에 앉아 시름을 놓을지 모른다.
트롯이 국민의 아픔을 잠시나마 어루만져 주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TV를 보느니 책 한 장 넘긴다던 내게 어느 날 트롯이 묘용(妙用)한 감동으로 와 있지 않은가.
무딘 음감을 깨워 준 중심에 트롯 ‘진’ 임영웅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대중가요가 서민과 애환을 같이한다는 관념적 기대감을 뛰어넘어, 시나브로 그 속으로 빨려드는
건 모를 일이다. 이도 인연인가. 그의 목소리에 파삭 빠져 있으니….

임영웅은 타고난 가수로 자신의 소리를 가졌다.
속삭이듯, 눈빛으로 말을 걸어오듯, 그의 목소리는 얼마나 감미로운가.
가창력에 얹어 듣는이를 자신의 노래 속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공감력을 지녔다.
무대 매너는 얼마나 차분하고 단정한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뿌듯한 게 있을까.
그는 한층 성숙했다.
남국의 햇볕을 탐닉한 열매로 점점 익어 가고 있다.

그는 ‘바램’, ‘보랏빛 엽서’, ‘일편단심 민들레야’,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와 ‘배신자’를 불렀다.
무대에서 순간순간 구사해야 하는 여백의 미를 살리며 전보다 더 여유로웠다.
음역(音域)을 무리해 넘나드는 고음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와 영혼을 흔드는 중저음의 힘.
거기다 겸손을 저버리지 않는 심성도 그만의 자산이다.
그런 중에 분위기를 띄우는 순발력까지 뿜어낸다.
놀라운 변화다.

한 스타가 조용히 절정을 향해 가파르게 올라서는 행보같이 자랑스러운 것도 없으리라.
내밀한 얘기라도 속삭여 올 듯 우리 앞으로 다가선다. 분명 한두 계단 뛰어올랐다.
그는 억지로 내지르지 않는다. 흔히들 절규하듯 하는 톤의 강, 강, 강이 아니다.
대신 효율성에서 늘 그만큼의 감정으로 노래의 파급을 극대화한다.
그의 노래가 소통력·공감력을 높일 수 있는 근거다.
부드러우면서도 무대를 주도하는 장악력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이라이트는 그가 마지막으로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였다.
기어이 청중의 감정선을 당겨 놨다.
특유의 흡인력으로 열창하던 그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리자 관객도 함께 울먹였다.
진심 어린 노래는 사람을 울린다.
마스크 위 눈가를 훔치는 손길들, 객석이 들썩이고 나도 젖었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요. 여보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 눈으로 지새던 밤을
어렴풋이 생각나요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젊은 그가 60대 노부부 얘기로 관객을 사로잡다니.
어릴 때 여읜 아버지와 자신만 바라보며 살아온 어머니 두 분이 못다 한 사연으로 치환한 걸까.
임영웅 팬클럽이 ‘영웅시대’를 통해 모은 돈 9억 원을 수해복구에 써달라고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노래로 우리를 웃게, 또 울게 하는 히어로다.
12시 20분, 자야겠다.
먹먹하던 가슴이 뻥 뚫렸다.
그가 선사한 카타르시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메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새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세월을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https://youtu.be/kXPiCqfYBe8
원곡자 김목경 노래
https://youtu.be/Jpmtmm5fmvU
김광석의 노래
https://youtu.be/cKp4W5Iu95Q
임영웅의 노래

 

(동파의 이야기)

고(故) 김광석씨가 불러 유명해진 곡입니다

그러나 원곡자는 김목경이라는 분이 노래를했다.

또 서유석씨가 노래를 할때는 나역시 눈물을 보이기도했다.

우리부부는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보 김길웅 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감 그리고 사랑  (0) 2020.09.11
잘 버리기  (0) 2020.09.04
반바지  (0) 2020.08.21
이 청록(靑綠)의 계절에  (0) 2020.08.15
길가 나무 그늘  (0) 202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