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來華疫有感 二首(서래화역유감 2수)
제주신보
2020.04.21
作詩 歸之軒 金淳宅(작시 귀지헌 김순택)
一. 陽韻(양운)
災殃熾盛國情荒 재앙치성국정황 재앙은 치성하고 나라형편은 어려운데
晝夜思量務爲防 주야사량무위방 밤낮으로 방제에 애쓰고 있다마는/
若入全無儲積罄약입전무저적경 수입이 없으면 저축금을 털고
圖生不劇使休徜 도생불극사휴상 생업이 바쁘지 않으면 쉬라하네/
如虛士罕于街內 여허사한우가내 비어있는 듯 네거리에도 인적 없어
笑我靑山出外場 소아청산출외장 푸른 산은 도시 밖에서 나를 비웃네/
可以棲遲容掩蔽 가이서지용엄폐 얼굴을 가려야만 살아갈 세상인가
需要面具欲循牆 수요면구욕순장 담장 따라 돌려 해도 마스크를 쓰라네/
二. 蒸韻(증운)
西來華疫是何徵 서래화역시하징 우한폐렴 몰려오니 이 무슨 징조인가
乏用民財處處繩 핍용민재처처승 백성들은 궁핍한데 곳곳이 묶여있네/
或望疎通而久阻 혹망소통이구조 연락 오기를 기다리나 끊긴지 오래고
相懼與見未呼應 상구여견미호응 만나기가 서로 두려워 응하지 못하네/
沽殽市酒無招飮 고효시주무초음 소주한잔 하자는 연 락도 없고
欲出家庭罕一憑 욕출가정한일빙 집밖을 나가고 싶어도 기댈 곳 없네/
圈域商街頹落蔽권역상가퇴락묵 상가 권역이 소리 없이 무너지니
需孤那譬畏於薨 경고나비외어훙 외로움 어데 비유할꼬 죽음보다 두렵네/
■주요어휘
▲華疫(화역)=중국의 여역. 우한폐렴. 중국어로는 冠狀病毒(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COVID-19)이라고 한다
▲棲遲(서지)=천천히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놂. “정낭 아래지만, 깃들어 살만하다오[衡門之下, 可以棲遲〕(시경)”
▲招飮(초음)=술자리에 초청하다 ▲?(경)=비우다, 털다 ▲儲積(저자)=저축한 돈 ▲面具(면구)=마스크
▲?孤(경고)=의지할 곳이 없어 외로움 ▲圖生(도생)=겨우 살아감 ▲?=노닐상 ▲久阻(구조)=소식이 오래 막힘
▲罕(한)=드물다. 희소하다 ▲?(고요할 묵)= 고요하다. 조용하고 잠잠하다. 말을 아니 하다. 입을 다물다
▲循牆(순장)=담장을 따라 돌다(걷다) ▲薨(훙)=奄(엄). 죽을 훙 ▲沽?市酒(고효시주)=술과 안주를 사오다
■해설
중국에서 넘어온 여역(?疫)이 치성하여 사망자가 매우 많다.
밤낮으로 구제할 방책을 강구하고 방편을 세워 구료(救療)사업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살려내고 집집마다 온전하도록 힘쓰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이 사태가 일어나자 일국의 재상은 일이 없으면 바쁘지 않으니 푹 쉬시고,
돈을 못 벌면 번 돈으로 살아가란다. 학교는 문을 닫고 문화·복지 체육시설 다 문을 닫아 대부분 갈
곳 없어 ‘집콕’신세다. 길거리에는 사람구경 힘들고, 유통업과 영세상들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 불안으로 대인접촉을 피하는 세태이다. 만나기 두려운 가 인정이 매말았는지 식사 약속은
고사하고 만나자는 연락조차 없다. 담장을 따라 나다니려도 마스크 없이는 집 밖을 못 나간다.
친구모임도 무기한 미뤄졌다. 몸 거리는 넓히고 마음거린 좁히자고,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疑阻]’
캠페인이 벌어지는 바람에 요새는 삶이 삶이 아니다(生也非生). <해설 귀지헌 김순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