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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스크랩] 김소월 시모음

by 동파 2012.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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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월 시모음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밟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 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 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 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 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제가 좋아하는 시라서 몇절 올려봅니다.

         

 

 

 

 

출처 : 중년의 아름다운 만남
글쓴이 : 제임스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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