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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山寺)

법정스님 가을 법회

by 동파 2007.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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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21일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정스님의 가을 법회를

봉행하면서 스님의 주옥 같은 법문을 정리하여 여기 올림니다.

 

 "이 자리에 서기가 송구스럽고 민망합니다."
 "최근 종단 일각에서 주지 자리 등을 놓고 다툰 작태는
출가정신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런 다툼은 
가사 입은 도둑들이나 벌이는 짓 입니다."
"수행자의 겉모습을 하고서 속으로 돈과 명예를 추구한다면
그런 사람은 불자(佛子)가 아니라 가사(袈裟) 입은 도둑입니다."
출가는 살던 집에서 그냥 뛰쳐나오는 것이 아니라
온갖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다툼을 일삼는 
그들이 무엇 때문에 출가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승가의 생명은 청정함에 있으며, 
자유와 평안의 경지는 지극한 마음으로
수행 정진할 때만 유지됩니다"
법정스님은 "서산대사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수행승들은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만 못합니다.
부처님은 어찌 도둑들이 내 옷을 꾸며 입고 온갖 
악업을 짓고 있느냐고 승가의 타락을 꾸짖은 바 있습니다.
 "참선하고 기도하는 모습만이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길상사 가을 법회에서 법정스님은 '아름다움'을
주제로 설법을 했습니다.
법정스님은 "오늘날 우리는 돈에 얽매여 사느라 
법정스님은 "오늘날 우리는 돈에 얽매여 사느라 삶의 내밀한 영역인 
 삶의 내밀한 영역인 아름다움을 등지고 산다"면서
 "아름다움은 삶의 진정한 기쁨을 얻는 길이요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진정한 아름다움은 소유욕을 버릴 때 발견할 수 있다"면서
 "텅 빈 마음을 가질 때 어떤 대상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
저절로 드러나며, 그러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나와 대상이 일체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정스님은 "중국 임제(臨濟.?-867) 선사는 있는 그대로가
귀하기 때문에 일부러 꾸미려 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연스러움은 그 자체가 조화와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 속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며, 
그런 아름다움은 사랑의 눈으로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은 신용장과도 같습니다."
 
 
한국의 반가사유상은 고요, 평안, 잔잔한 미소를 전해주는
반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무거운 고뇌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다르다"면서 "반가사유상이 고요와 평안을 전해주는
것은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거리낌 없는 아름다움'이
구현돼 있기 때문이며, 그런 점에서 뛰어난 장인은 돈이나 명예 등 
인간적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고 동양 예술에 깃든 
아름다움의 깊이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법정스님은 "내면의 아름다움은 샘물과 같아서 자꾸 퍼내도 
끊임없이 솟아날 수 있도록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면서
시들지 않고 영원한 기쁨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이웃과 나눌 때 드러나기 때문에 일상의 삶에서 
자비행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설법을 마무리했다
“저 뜰에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작년과도 다르고, 내일도 다를 것입니다.
순간순간 내뿜는 아름다움을 허심탄회하게 보지 않고
작년과 비교하거나 하면 지금 저 아름다움을 놓치는 것입니다.”
그는 ‘대(竹)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일어나지 않고,
달이 연못을 쓸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네’라는 
옛 선사의 시(詩)를 소개하고 “단 한 번뿐인 이 가을,
 내 안에 샘솟는 아름다움을 이웃과 나누어야 한다.
다들 아름다움을 만나고 가꾸면서
행복하시라”고 법문을 끝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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