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보 김길웅 시인

대통령 취임식 소묘

동파 2025. 6. 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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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 소묘
 
김길웅, 칼럼니스트

1. 이미 밤중에 시작된 대통령의 임기
‘유력’의 꼬리표를 떼고 당선이 확실시된다 한 게 자정을 
훨신 넘긴 시각. 계양구 자택을 나와 당사를 찾아 선거캠프에 
인사하고, 국회 앞 대로에서 시민들에게 연설한단다. 
집 둘레를 많은 주민들이 메웠다. 동네에서 대통령이 탄생한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들떠 있는 주민들, 잠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꽃다발들이 전해졌다. 
이삼중 경호를 받는 대통령. 기껏 당선 한 시간인데, 
경호원의 민활한 몸짓이 그새 신분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국회 앞 대로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응원봉과 파란 풍선들을 들고
 ‘이재명’을 외치고 있었다. 새벽 3시, 잠잘 시간이다. 계엄 후 6개월, 
국민들이 얼마나 마음 졸였나.

2. 어느 원내대표의 아쉬운 매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어느 원내대표. 취임 선서를 마치자, 
참석자들이 모두 기립 박수를 치는데, 그는 앉아 정면을 응시하며
 박수도 치지 않는다. 대통령이 단상 아래로 내려 귀빈들과 인사를 
나누자 그제야 일어섰다.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악수 뒤 바로 뒷짐을 졌다. 김 여사가 두 손을 모은 채 인사했으나, 
그는 굳은 표정으로 답례 없이 고개를 돌렸다. 
이런 모습들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들이 반응을 보였다.
“인사 안 받는 건 너무하다.”, “학교 선후배로, 당을 떠나 이런 날은
 축하해 줘야 하잖나.”, “공식 석상에서 저럴 거면 아예 참석지 말 일이지.”

양극화가 고질이 된 건가. 통합이 쉽지 않겠다. 문제다.

3. 청소 노동자‧방호직과의 만남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뒤, 
국회 청소 노동자와 방호직을 만나서 웃음을 나누며 인증사진을 찍었다. 
내외가 바닥에 자세를 낮춰 앉은 모습이 온라인을 달궜다.

대통령 취임식 날에 이런 만남은 전에 없던 일. 
대통령이 국정 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국회 앞 천막에서 
단식할 때, 민주당 대표실을 담당했던 분을 떠올렸을까.

12‧3계엄 현장의 최전선에서 계엄군의 국회 침탈을 막아낸 분들이 
방호직원들이었고, 그때 혼란스럽던 민의의 전당을 깔끔히 정리한 
분들이 국회 청소 노동자들이었다는 대통령의 말에 수긍이 갔다.

기념사진이 커뮤니티에 확산되자 댓글이 올라왔다.

“낮은 자세로 사진을 찍고 수다 떠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의전만 보다 이걸 보니 체증이 내려간다.”, “끝까지 이렇게 해주길.”,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다르다.”

초심을 잃지 말아 달라는 소망의 목소리들이다. 
늙은 사람이 웬 설렘인지 TV를 보며 울컥했다.

나는 4‧19 때 고3, 그날 관덕정에서 있었던 3‧15부정선거규탄학생집회
 대열 속에 있었다. 
4‧19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처음으로 움 틔운 그 싹이었다.

4. 통합의 함의, 비빔밥 오찬
취임식 뒤, 이 대통령은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6당 대표와 오찬을 함께 했다. 메뉴는 통합을 상징하는 비빔밥. 
비빔밥의 재료는 팔도에서 생산된 것들. 
그러면서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 있다.

유의미했다. 
통합을 위한 선제적 소통 행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