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2 정호승 시인의 "경주 남산" 동파 2014. 2. 25. 06:53 728x90 경주 남산 감실부처님 경주 남산 정 호승 시인 봄날에 맹인 노인들이 경주 남산을 오른다 죽기 전에 감실 부처님을 꼭 한번 보고 죽어야 한다면서 지팡이를 짚고 남산에 올라 안으로 안으로 바위를 깎아 만든 감실 안에 말없이 앉아 있는 부처님을 바라본다 땀이 흐른다 허리춤에 찬 면수건을 꺼내 목을 닦는다 산새처럼 오순도순 앉아 있다가 며느리가 싸준 김밥을 나누어 먹는다 감실 부처님은 방긋이 웃기만 할 뿐 말이 없다 맹인들도 아무 말이 없다 해가 지기 전 서둘러 내려오는 길에 일행 중 가장 나이 많은 맹인 노인이 그 부처님 참 잘생겼다 하고는 캔사이다를 마실 뿐 다들 말이 없다 -정호승 시집『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작과비평사,1999)